휴대폰 배터리를 갈기 위해 케이스를 열다가 모서리에 왼쪽 엄지손톱 밑 살을 찔렸다.
피가 스며 나온다.
신발장에 신을 넣다 위쪽 칸막이에 손등을 긁힌다.
사무실에서 걷다가 책상에 부딪힌다.
헤어드라이기의 코드를 콘센트에 끼다가 콘센트 구멍 위에 뾰족하게 나온 쇠에 엄지손톱이 찔린다.
식탁 의자를 빼다가 발가락을 찧는다.
공중 화장실에서 물을 내리고 나오려는데 물이 다 내려가지 않아 뒤돌아 다시 한번 물을 내린 후
나오려다 닫히는 문에 얼굴을 부딪힌다.
수동우산을 펴다가 버튼에 검지 손가락이 집힌다.
종이에 손을 베이는 일은 다반사.
걸레질을 하다가도 손가락을 벽이나 가구에 부딪히고, 실핀이 샤워 타월에 엉켜있는지 모르고 샤워를 하다 허벅지를 시원하게 긁어 그 상처가 아물기까지 오래 걸리기도 했다.
손은 크고 작은 상처들로 멀쩡한 날이 거의 없고,
팔과 다리에는 언제 어디서 생겼는지 알 수 없는 멍이 들어 있을때가 많다.
안전사고가 무슨 말인가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런 경우를 말하는 거다. 전혀 다치지 않을 것 같은 상황에서, 예기치 않은 곳에서 넘어지고 부딪히고 다친다. 누가 다치게 한 것도 아니고 혼자 다친다.
엄마는 늘 조심성없다고 야단을 치시는데, 하도 많이 사소하게 다치다 보니, 아파도 곧 잊어버리고 방수되고 약 성분이 있는 1회용 밴드를 며칠 붙이고 나면 상처도 말끔히 아물기에, 상처나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어떨때는 1회용 밴드와 약 바르는 것을 잊고 저절로 나을때까지 방치한다.
그와의 연애도 그랬다.
안전사고를 당하듯 기대하지 않고 만나 사귀게 되고 점점 그를 더 좋아하고, 다툴 일이 전혀 없어 보이던 날, 준비없이 이별을 했다.
부주의한 내 탓이었을까?
1회용 밴드의 효능으로는 감당할 수 없이 상처가 깊고 잘 아물지 않는다. 저절로 낫기를 바라며 방치하다가도 그 아픔을 견딜 수 없을 때가 있다. 다른일에 집중하려 하고 생각의 꼬리를 끊으려 고개를 저어보지만 불쑥 불쑥 아려오는 상처는 더 깊어진다. 이젠 아물때도 되었는데....
그는 이미 다른 사람의 남편이 되었는데,
혼자 다치고 아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