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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

2025. 3. 16

by 지홀

매년 적자는 아니어서 다행이다. 버는 돈 안에서 쓰고 저축하는 월급쟁이가 내 체질에 맞는다. 누군가는 노예근성이라고 하지만, 오너 기질이 부족한 걸 어떡하나. 개인사업을 해 본 적 있는데 딱 1년 하고 접었다. 24시간 일 생각, 매출 올릴 생각을 하느라 피곤했다. 월급쟁이는 근무시간에 집중하고 퇴근 후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일이 몰릴 때는 야근, 주말 가리지 않고 일하기도 하지만 끝이 있다. 끝내고 나면 일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다양한 구름과 하늘모양이 즐거움을 준다(13:03, 13:04, 13:05)

퇴근 후 회사 생각 안 하는 연습을 하면 스위치 온 앤 오프(on &off)가 잘 이루어진다. 물론 어렵다. 누군가는 집에서도 자면서도 심지어 꿈에서도 회사일이 나타나 힘들다고 한다. 나도 그랬다. 이렇게 되기까지 10년 정도 걸렸다. 낮의 고민거리가 꿈에 망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상사가 나타나 괴롭히기도 했다. 하지만 연차가 쌓일수록 요령이 생기고, 내일 할 수 있는 일을 내일로 미루는 연습을 하면 당장 급하게 하지 않아도 된다. 오늘 해야 할 일을 내일로 미루면 안 되지만, 오늘 해도 되고 내일 해도 되는 일은 내일 하면 된다. 어떤 경우는 내일 하려고 했지만 막상 내일이 되었을 때 할 필요가 없어지는 일이 되기도 한다. 그걸 오늘 미리 했다면 한마디로 괜한 일을 한 셈이다. 그래서 회사 일은 무조건 서둘러서 빨리 마무리하는 게 최선은 아니다.

비온 뒤라 먹구름과 맑은 구름이 공존(13:05, 13:09, 13:34)

흔히 중요한 일, 급한 일을 구분해서 하라고 하는데 그걸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나의 고유업무라면 일정대로 중요한 일부터 하면 된다. 하지만, 언제나 급한 일은 돌발적으로 일어나는 일이고 내가 만들어 낸 일보다 다른 사람이 내게 하라고 지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주 중차대한 일이라면 단번에 알 수 있다. 꼭 해내야만 하는 일이라는 공감대가 구성원 사이에 생긴다. 그런데, 그런 일이 아닌 경우라면 잘 가늠해봐야 한다. 일을 주는 사람은 언제나 아주 중요하고 급하다고 하므로. 큰 틀에서 내가 하는 일이 윗사람의 의사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지, 회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봐야 한다. 잘 모를 때는 일단 내일로 미루어 본다. 내일이 되었을 때 지시한 사람이 결과물을 빨리 원하는지, 찾지 않는지 보면 알 수 있다.

적당히 찬 바람이 기분전환하기에 좋다(14:19, 14:19, 14:23)

급하다면서 일 시키고 퇴근해 버리는 상급기관(갑 위치에 있는 회사)의 직원, 상사가 있다. 그렇다면 그건 급할지언정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다. 급하고 중요하면 일 시킨 사람도 대체로 퇴근하지 않는다.(어떤 빌런은 일부러 퇴근 안 하고 감시자처럼 구는 경우도 있다. 그 빌런은 자기가 시킨 일이 중요한 일인지 판단하지 못해서 일단 급하니까 끝내려는 경우가 많다.)


수 십 년의 회사생활 노하우로 지금은 비교적 온 앤 오프 모드를 잘 전환한다. 뭐, 퇴직준비 시기인 지금은 딱히 스위치를 켜고 끌 필요도 없어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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