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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결산

2025. 3. 15

by 지홀

미루고 미루던 연말 결산을 했다. 3개월치 수입과 지출을 정리하고 2024년 최종 수입, 지출, 저축액을 정리하는데 무려 10시간이 걸렸다. 4시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는데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려야 했는지 미스터리다. 아마도 내 기억의 한계 때문일 거다. 카드 내역서에 찍힌 가맹점 이름만으로는 도무지 지출 명목을 알 수 없어 검색하고 결제일에 무엇이 기록되어 있나 찾아보느라 시간이 걸렸을 거다. 매월 정리 하면 이런 일이 없을 텐데 몇 개월 전 것을 기억하려니 어렵다. 게다가 엄마가 아프셨던 두 달은 도무지 기억해 내기 힘들었다. 이런 일을 방지하려고 지출할 때마다 기록하는 편인데, 그 두 달은 기록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


나는 매월 지출항목을 구분해 정리한다. 식비, 교통비, 문화비, 교류비, 의료비, 운동 이런 식으로 구분해서 1년 치 합계를 본다. 올해는 어느 항목에 지출이 많았는지, 절약을 하려면 뭘 더 줄여야 하는지를 파악한다. 적금, 예금의 돈 흐름도 정리하는 편인데 만기 된 적금을 어디에 썼는지 기억나지 않아 한참을 뒤졌다. 분명 마땅히 쓸 곳에 썼을 텐데 지나고 나면 헷갈린다. 주식, 코인을 조금씩 하므로 손익이 어떻게 되었는지도 정리한다. 주식은 손해를 봤고 코인은 좀 이익을 봤다. 약 80만 원 정도. 출석체크 1원을 받기 위해 시간투자 하는 걸 감안하면 꽤 큰돈이다.

분수같은 구름, 햇무리(12:50)

올해부터 수입이 줄어든다. 급여삭감이 제일 크다. 퇴직 전까지 더 저축해야 하므로 지출을 줄이는 방법 밖에 없다. 아무래도 사람들과의 교류를 좀 줄여야 할 것 같다. 친한 직장 후배가 "후배들 밥만 안 사줘도 상당히 아껴요"라고 한다.


맞다. 옛날 사고방식이라 연장자가, 직책이 좀 높은 사람이 밥을 사야 한다고 믿는다. 더치페이는 아직 낯설다. 간혹 친한 후배들이 더치페이하자고 먼저 나설 때가 있다. 아니면 자기가 계산하고 정산하겠다면서 먼저 카드 결제를 할 때가 있다. 이 경우 마지못해 따라 한다. 이렇게 후배가 먼저 나서지 않는 한 내가 먼저 나서서 더치페이하자는 말을 못 한다. 그냥 내가 내고 만다. 그게 마음이 편하다. 그러니, 사주지 못할 바에는 밥 먹는 약속을 잘하지 않게 될 테니 도시락을 더 열심히 싸야 할 것 같다.

새가 날아가는 것 같은 구름, 햇빛으로 명암이 확실한 하늘(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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