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14
사무실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은 뒤 직원이 알려준 가성비 좋은 점심식당 위치를 파악할 겸 잠시 걸었다. 해당 식당은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었다. 한 블록 넘어 큰길을 건너야 했다. 물가가 엄청 올라 만원 이하로 점심을 해결하기 어려운데 9천 원 정도의 가격이라면 가볼 만했다. 다음 주 점심약속 중 하루는 이곳을 와야겠다. 자주 가는 김밥집의 기본 김밥이 3,500원이었는데 어제 갔더니 3,800원으로 올랐다. 그 김밥집의 모든 메뉴 가격이 조금씩 다 올랐다. 어쩔 수 없이 도시락을 자주 싸게 된다.
회사의 점심 풍경은 점점 서양을 닮아가는 것 같다. 동료들과 우르르 다니던 점심 풍경이 많이 사라졌다. 지금은 같은 팀이어도 약속을 해야만 같이 먹는다. 혼자 시간을 보내는 직원이 많다. 도시락을 싸와 혼자 먹는 사람이 늘었고 간단하게 샌드위치, 김밥 한 줄, 편의점 음식으로 해결하는 사람이 많다. 점심을 간단하게 먹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시간을 즐긴다. 점심시간이 일의 연장이고 동료들과 친해지는 방편이었다면 이제는 아니다. 점심시간은 근무시간이 아닌 휴게시간이고 자신을 위한 시간이다. 인식이 바뀐 이유가 가장 크겠지만, 점심 값이 부담스러운 것도 한 몫할 것 같다.
지금은 혼자 보내는 점심시간에 익숙해졌다. 어떤 날은 일부러 아무 약속 없이 혼자 있으려고 한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기 위해. 하지만 때로 아무 계획 없이, 약속마저 없는 날, 혼자라는 사실에 허둥거릴 때가 있다. 특히 혼자 먹으러 나가기 싫은 날은 더욱 그렇다. 그냥 사무실에 있다가 "밥 먹으러 가요"라고 누군가가 말하면 자연스럽게 같이 가던 때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