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21
극단 활동을 하며 여러 일을 해봤는데 음향은 한번 해봤다. 음악을 다양하게 알지 못하고 사용하고 싶은 음악 구간을 편집하는 일이 어렵게 느껴져서 쉽게 접근하지 못했다. 나 같은 고민을 하는 단원들을 위해 "음향 아카데미"가 열렸다. 단원 중 음향 오퍼를 많이 해 본 단원이 예시를 들어가며 아주 쉽게 설명해 줬다. 음향 디자인과 오퍼레이팅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는 사이트, 음원과 효과음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사이트 등을 알려줘 '한번 해볼 수 있겠다'라는 마음이 들었다.
동시에 강의를 듣다 보니 몇 년 전 첫 연출을 맡았을 때 음향디자인을 했던 기억이 났다. 그때 장면에 맞는 음악, 대사에 맞는 음악이 팍팍 떠오르지 않아 무작정 이 음악 저 음악을 들으며 장면을 떠올리고 대사를 읊어봤다. 그런데 '이 음악, 저 음악'의 범위는 내가 아는 장르의 음악에서 듣는 것이었다. 당연히 선택의 폭이 매우 좁았지만, 다행히 장면에 어울리는 음악을 잘 찾았다. 적합한 음악과 효과음을 찾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지만 그만큼 성취감도 컸다. 장면에 맞게 음악 길이를 편집할 때도 생전 해보지 않은 일이라 고생했지만, 만족도가 높았다. 그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나 앞으로 음향디자인과 오퍼를 지원해 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작년에 "조명 아카데미"를 들었다. 조명 오퍼를 여러 번 해서 일부 단원들은 내가 조명에 대해 잘 아는 줄 오해한다. 하지만 기계 조작만 할 뿐, 조명의 종류와 역할을 잘 모른다. 조명 콘솔은 극장마다 달라서 그때그때 조작법을 배워야 하고 의외로 어렵지 않다. 조명 디자인은 대체로 연출이 하는 편이므로 오퍼만 잘하면 되었지만 최근에는 조명 담당이 디자인까지 하기를 원하는 단원들이 많아졌다. 덕분에 조명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배우가 화술, 몸 움직임을 잘하면 연기가 더 빛난다. 시시때때로 "화술 아카데미", "움직임 아카데미"가 열린다. 연기력 향상을 위한 아카데미도 열린다. 외부 강사를 초빙할 경우 비용이 발생하지만 단원들끼리 각자 가진 지식을 공유하는 건 무료다. 단원 중에는 연극영화과 전공자, 현재 관련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어 극단 내 강사풀이 제법 된다. 아마추어 직장인 극단이지만 프로 못지않게 열심히, 잘하고 싶은 의욕과 열정이 넘친다.
창작 의욕과 재주가 많은 단원들이 늘어났다. 직접 쓴 희곡으로 공연을 하는 횟수가 많아졌다. 저작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좋고 자신이 쓴 희곡을 무대에 올릴 수 있는 기회를 가져 일석이조다. 그런 분위기에 힘입어 나도 창작 의욕이 솟는다. 내년에는 내가 쓴 작품으로 직접 연출까지 해볼 계획이다.
원하다면 공연 기획을 해볼 수 있다. 프로덕션을 꾸려 작품과 연출 선정, 배우 캐스팅, 예산 수립, 극장 대관부터 홍보까지 전반적인 일을 경험할 수 있다. 극단생활 연차가 쌓이자 배우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를 체험해보고 싶어진다. 올해는 기획에 도전해보려고 한다.
다양한 분야의 일을, 진입장벽 거의 없이 해볼 수 있는 점이 연극을 취미로 하는 가장 큰 장점이다. 어디 가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