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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홀 Nov 25. 2015

외로움과 야근의 상관 관계

이건 외로움의 문제인 것 같다.

퇴근 시간에 퇴근하지 않고 야근을 자처하는 건.

물론 일이 많아 야근을 한 날이 더 많지만,

요즘의 난 정시 퇴근을 할 수 있음에도 야근을 한다. 굳이 오늘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한다.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

학창시절 자주 듣던 말. 오늘 해야 할 공부는 오늘 끝내야 내일의 진도를 따라갈 수 있다는 말.


회사생활을 하면서 터득한 건,

내일 해도 되는 일은 내일 하자.  


맡은 일을 마무리 하기 위해 야근은 물론 밤을 지새며 일을 한 적이 많았는데, 그렇게 일해봤자 잘했다고 하는 사람은 별로 없고 내 몸만 축 났다. 더구나 IMF시절을 겪으며 나 혼자 열심히 일하는 것이 다 부질없음을 깨닫고, 다음 회사에 들어가면 진짜 내일 해도 되는 일은 내일 하기로 마음 먹었었다.


그러나 처리해야 할 일이 있으면 끝내야 마음이 편안해지는 몹쓸병에 걸려 버린 뒤라서, 그게 쉽지 않았다. 더구나 최근 몇년은 내 용량을 넘어서는 업무량으로 심신이 피폐해지고 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업무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팀으로 발령이 났고 드디어 사생활을 가질 수 있다는 부푼 꿈에 들떴다.  미룰 수 있는 일은 미루고 학원에 가고 운동을 하고 친구들과 약속도 줄줄이 잡고 드라마에 취미를 붙여 10시 이전에는 꼭 집에 가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또 야근 하는 나를 발견했다. 사람들은 나를 워크홀릭 이라고 한다. "저러니 연애도 못하고 노처녀가 된거지" 하는 소리를 듣는다.


출근 준비를 하며 오늘은 일찍 퇴근해서 책도 보고 그림도 그려야지 다짐하지만, 퇴근 시간이 되면 망설여진다. 저녁을 어떻게 해결할까 생각 하다가 야근모드로 접어든 직원과 밥을 먹고, 사무실로 다시 들어오는 직원을 따라 굳이 오늘 손대지 않아도 되는 일을 좀 하고 집에 가면 씻고 자기에 바쁜 시간.  아침이면 모자른 잠 탓에 일어나기 힘들어 하며 겨우 출근 준비를 하고 다짐한다.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집에와서 일찍 자야지! 그러나 퇴근 시간이 되면 또 망설이고 갈등한다.  과감하게 가방을 챙겨 나와도 마음이 쳐진다.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즐겁지 않다. 무얼 먹을까 고민하다가 식당에 들리기도 하고, 어떤 날은 고민만 하다 집에 그냥 들어가 굶을 때도 있다. 먹고 싶은것도 없고 혼자 먹기는 더욱 싫은 날엔.


가정을 가진 사람들은 퇴근하는 발걸음이 얼마나 가벼울까?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은 얼마나 행복한 것일까? 아이가 기다리고 엄마가 기다리고 남편이 기다리는 집으로 가는 길은...?


요즘의 나는 해야 할 일이 있어 야근을 하기 보다는  반기는 사람 하나 없는 집에 들어가기가 쓸쓸해서, 혼자 보낼 저녁 시간이 외로워서 야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게 야근은 내게 뗄레야 뗄 수 없는, 일복이 많아 하기도 하고 외로워 하기도 하는 친구가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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