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공작부인의 50가지 티 레시피≫ 작가 앤트스튜디오 (웹소설 원작 작가 이지하)
다른 사람 몸에 빙의 후 자신이 좋아하는 차(tea)를 매개로 자존감을 회복하는 이야기
난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그냥 쓰다. 아무리 설탕을 넣어도. 커피 향은 참 좋은데 맛이 없어 안 마신다.
대신 홍차를 마셨다. 처음 홍차를 접한 기억은 뚜렷하지 않지만, 이십 대 때 호주에서 홍차에 우유를 타 마시는 걸 보고 놀랐다. 그전까지 홍차는 티백을 우려 마시는 정도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우리나라에 립톤티 (Lipton Tea, 홍차 브랜드) 티백이 있었다. 호주에서 애프터눈티(Afternoon Tea)라는 티 문화가 있는 걸 알았고 종류로 잉글리시 브랙퍼스트 티(English Breakfast Tea)를 알았다. 얼그레이(Earl Gray Tea), 다즐링(Darjeeling Tea)을 홍차의 종류로 알게 되었는데 스코틀랜드 브랙퍼스트, 아일랜드 브랙퍼스트 티가 있는 줄은 몇 년 전에 알았다. 실론티(Ceylon Tea)는 스리랑카가 원산지이고 아쌈티(Assam Tea)는 인도의 것이라는 정도의 지식이 있다.
이 웹툰을 보면서 홍차에 대해 잊고 있던 추억이 떠올랐다. 나이 들면서 카페인을 마시면 심장이 두근거려 더 이상 홍차를 즐길 수 없게 되었는데, 20대부터 최근까지도 얼마나 홍차를 즐겨 마셨는지 떠올릴 수 있었다. 웹툰에 나오는 다양한 티 종류와 마시는 법이 너무 재미있다. 판타지 분야답게 내용은 허황되어 보이는 것도 있지만, 차를 매개로 여주인공이 성장해 가는 과정은 티 얘기만큼 재미있기도 하다. 홍차뿐 아니라 대용차와 인퓨전 티에 대한 것, 차의 유래 등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이 들면서 예전에 즐겨 먹고 마시던 것을 못 먹고 못 마시게 된다고 하던데 내게는 홍차가 그 첫 번째다. 치아가 착색되니 차를 그만 마시라는 치과의사의 권유를 가볍게 넘기며 홍차를 애용했다. 다른 사람들은 카페인을 많이 마시면 잠을 못 잔다는데 그런 증상도 없었다. 마시는 시간대와 상관없이 잠을 잘 잤기 때문에 홍차 사랑은 깊었다. 삼십 년 전에는 홍차 종류를 다양하게 파는 곳이 별로 없어서 어쩌다 알게 된 홍차 전문 카페가 굉장히 반가웠다. 얼그레이를 특히 좋아했다. 하루에 서너 잔을 마셔도 거뜬했는데, 마흔이 넘어 어느 날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느끼고 하루에 한 잔으로 줄이다가 우유를 넣어 마시는 밀크티로 변경했다.
예전에는 밀크티를 마시려면 홍차와 우유를 따로 시켜서 마셔야 했다. 밀크티를 파는 곳이 별로 없었고 그렇게 마시는 걸 이상하게 보고는 했다. 지금은 밀크티를 파는 곳이 꽤 많지만 우유를 데워 넣느라 거품이 많다. 난 거품 없이 우유만 넣은 티를 좋아해서 아주 가끔 거품을 빼달라고 요청한다. 어떤 가게에서는 거품을 걷어내어 주고 어떤 가게는 차 온도를 유지하려면 뜨거운 우유를 부어야 해서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어떤 곳은 찬 우유를 넣으면 차 온도가 식는데 괜찮냐고 물어본다. 그래서 거품을 빼달라고 요청하는 순간, 여러 경우의 수로 일하는 사람을 귀찮게 하는 것 같고 유난 떠는 사람으로 보여 가능한 자제 했다. 그러다가 내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의 밀크티를 발견하고 너무 기뻤다. 따로 요청하지 않았는데 거품이 없고 맛도 호주에서 잘 마시던 그 맛이었다. 너무 반가웠다. 이 집에서만 밀크티를 마시리라 결심했는데 오래 다니지 못했다. 원인을 알 수 없지만, 그 집 밀크티만 마시면 몇 시간 후에 식은땀이 나고 소화가 안 되는 듯 가슴이 답답했다.
그렇게 아무 우유나 마셔도 괜찮았던 몸은 노화현상을 겪으며 우유도 가려 마셔야 하는 몸이 되었다. 그 후로는 가는 카페마다 밀크티에 어떤 우유를 쓰는지 물어본다. 남들 눈에 더 유난 떠는 사람이 되었다. 과학적으로 검증된 건 없는데, 나의 심리적인 문제일 수 있지만, 우유 브랜드를 가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결국 종말을 고하고 말았다. 밀크티로도 카페인 부담을 줄이지 못했다. 가슴 두근거리고 답답해지는 현상이 생겨 이제 홍차는 아예 마시지 않는다. 녹차도 삼가는 편이다. 아주 가끔 정말 카페인이 당길 때 말차 라테로 위안을 삼는다.
요새는 허브티를 마신다. 카모마일, 히비스커스, 루이보스 등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몸도 편안한 차를 선호한다. 거기에 더해 전통차를 즐기게 되었다. 쌍화차, 대추차, 생강차 등. 심지어 십전대보탕까지. 어렸을 적, 나이 드신 할아버지들이 마시는 줄 알았던 음료를 마시는 나이가 되었다.
나이 들며 달라지는 것들이 참 많은데 마시는 차 종류도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