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남편을 내 편으로 만드는 방법≫ 작가 냥이와 향신료 제116화
여주인공 루비의 속마음
'모래가 되어 버리면 끝장일 줄 알았어. 그게 끝이 아니라는 거, 서로 부딪히고 부딪히다 모래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온전히 함께 섞일 수 있다는 거, 구슬픈 비가 내려도 한층 더 단단해질 수 있다는 거, 좀 더 일찍 깨달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타인에게 거부당하는 경험을 해 본 사람은 상처받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기꺼운 마음을 반으로 줄이고 실망한 마음은 내색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마음을 들킬까 봐 표현하지 않는다. 더 이상 부서지고 싶지 않아 단단하게 마음을 지키려고 한다. 하도 단단하게 부여잡느라 그 마음이 바위처럼 굳어가는 걸 모른다. 그렇게 굳어갈수록 더 옴짝달싹 할 수 없게 된다. 타인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가까워질 수 없다. 내가 만든 바위 크기만큼 상대방과의 거리는 저절로 멀어진다.
그렇게 관계(연애, 썸)는 끝난다.
상처 없이 끝났는가? 아무리 바위같이 단단한 마음이었다 해도 상처받고 부서진 구석을 발견하게 된다.
멀쩡할 수 없다. 멀쩡할 수 없는데 크게 다치지 않았다고 방치한다. 바위 구석 어딘가에 금이 갔는데 괜찮다고 놔두다가 조각난 바위를 보고 나서야 아픔을 느낀다. 아픔을 느끼기까지 괜찮은 줄 알았던 시간은 나를 곪아터지게 한다. 차라리 처음에 모두 으스러졌다면 추스리기도 쉬웠을지 모른다.
나를 내려놓는 것은 나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내려놓기가 쉽지 않다. 특히, 연인 앞에서는 당당하고 잘나고 멋진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다. 못나고 약하고 어리석은 모습 때문에 상대방이 실망할까 봐, 떠나갈까 봐 두렵기 때문에 그런 모습은 최대한 감추려고 한다. 그러나 나를 온전히 이해하는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두렵지만 용기를 내야 한다.(알면서도 잘 되지 않는다.) 진정한 관계가 서로의 모습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발전하는 것이라면 민낯을 보여 줄 용기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쉽지 않은 일이기에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상대방이 손을 내어 줄 때 잡을 수 있어야 하고, 상대가 하지 못한다면 내가 먼저 손을 내밀 수 있어야 한다. 둘이 손을 꼭 마주 잡고 싸우고 부딪히며 각자 가지고 있던 단단한 바위를 모래가 될 때까지 부서뜨려야 한다. 그 후에야 함께 만들어가는 바위가 온갖 비바람, 폭풍우에 견딜 수 있는 굳건한 것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