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진국이야

by 지홀
웹소설 《다행인지 불행인지》 작가 노희다 제37화
여주인공 딜런의 시어머니 레이디 이베트의 말

"모든 취향도 우아함도 매력도 스스로를 믿는데에서 생기는 거야. 물론 출신 따위로 무작정 트집 잡는 이상한 사람들은 있겠지. 하지만 그건 일부일 뿐이야. 결국 사람들은 진짜를 알아보게 되어 있으니까."

'사람들은 진짜를 알아보게 되어있다.'이 말을 참 오랜만에 듣는다.

어른들이 말씀하시곤 했다. '나 잘났네'하며 나서지 않아도 사람들은 알아볼 거라고.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할 일을 하면 된다고.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잘한 일은 알려야 한다는 말이 들려왔다. 조용히 뒤에만 있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했다. 잘한 일을 더 예쁘게 포장해서 알려야 한다고. 내가 한 일을 생색내야 한다고. 그 말에 동의했다. 그래서 윗사람에게 열심히 보고하고 발표하고 외부에서 주는 상을 물색했다. 외부에서 받은 상은 권위가 더해져 내부에서 더 인정하므로. 그런 노력은 비단 나뿐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믿었다. 그래야 그들도 다른 사람보다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나와 일한 보람을 그런 방식으로 보상받게 하고 싶었다. 내가 무엇을 했고 어떤 성취를 이뤘는지 드러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나의 진가를 알리기 위해 쏟은 에너지만큼 남들의 인정을 받았는지 의문이다. 높은 평가, 상 이런 것들을 받았다는 것으로 내 진가가 증명된 것일까? 회사에서 필요한 건 실적, 성과니까 내 가치를 그런 것들로 평가받는 건 일견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사람들은 진짜를 알아보게 되어 있다.'는 말을 읽자 자기 PR 과잉시대에 살고 있는 건 아닌가 의문이 들었다.


'그 사람 진국이야.' 이 말은 실적 좋은 사람, 윗사람 눈에 든 사람이 아니라 인간성 괜찮은 사람을 의미한다.

나의 가치, 진정한 가치는 사람으로서 얼마나 좋은 사람 인가로 인정받아야 하는 것 아닐까? 새삼 겉으로 드러나는 숫자와 눈에 보이는 결과에만 매달렸다는 걸 느꼈다.


제164화 여주인공 딜런의 말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추는 게 중요한 게 아니란다. 그 사람들과 다른 점이야말로 내가 되고, 그게 바로 네 개성인 거니까."


두바이초콜릿쿠키 열풍이 한바탕 휩쓸고 갔다. 도대체 그게 무엇인지 궁금해 먹어보려 했지만, 크기 대비 가격이 비쌌다. 게다가 마시멜로우가 들어갔다고 하여 바로 포기했다. 칼로리 덩어리를 그렇게 비싸게 주고 사 먹을 이유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남들 다하는 것을 하지 않으려면 자신만의 뚜렷한 기준을 가져야 한다. 기준이 없으면 남의 말, 행동, 생각을 별 의심 없이 따라 하게 된다.


필라테스 강사가 코어를 잡아야 어떤 자세를 해도 흐트러지지 않는다고 했다. 주변의 시선, 말에 자주 흔들린다. 다른 사람 비위를 맞추려고 아닌 걸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배에 딱 힘주고 흔들리는 나를 알아채면 다시 중심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눈에 크게 띄지 않아도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며 삶의 중심을 잃지 않는 일. 무엇보다 가치 있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