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무게

by 우물
<조르지오 데 키리코, 아리아드네>


나는 너에게 닿지 않을 만큼 가벼워야 했다.
너에게 닿는 순간, 그다로 주저앉을 듯했기에.

진심의 자리에는 농담 같은 가벼운 말들을 채워 넣고, 내 목소리 위에는 타인의 문장들을 겹겹이 덧칠하며 나를 지워갔지.
그렇게라도 네 곁을 부유하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영원히 허공에 머무를 수는 없었다.
내가 가볍게 떠도는 동안 너의 계절은 흘러가고 있었고, 미처 내가 땅에 발을 딛기도 전에 너의 시간은 먼 곳으로 떠나버렸다.

결국 나는 아무것도 약속하지 못한 채 남겨졌다.
무심하게 흐르는 시간마저 주저앉은 나를 비난하는 듯했지.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맴돌 뿐이었다.

아리아드네, 너는 내게 구원의 실타래를 건넸지만 나는 그 어두운 미궁 속으로 걸어 들어갈 테세우스의 용기를 갖지 못했다.
시간을 되돌려 다시 그 갈림길에 선다 해도 결과는 다르지 않겠지.
바뀌는 신호등 불빛 아래에서조차 우물쭈물하던 나의 망설임을, 너의 단호한 자존심은 결코 견뎌내지 못했을 테니까.

한때 그토록 가벼웠던 나의 감정은, 이제 홀로 감당하기엔 너무나 무거운 납덩이가 되어 나를 짓누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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