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남쪽, 하단과 명지를 가로지르는 을숙도대교 저편으로 쉬지 않고 원무늬를 그리며 부유하는 갈매기들이 보인다. 날아다니는 갈매기들의 눈부시게 하얀 날개와 대조되는 짙은 회색빛 하늘이 곧 있으면 몰아칠 비바람을 암시하는 듯했다.
하지만 우려했던 것과 달리 비는 내리지 않았다.
비를 잔뜩 머금은듯한 어두컴컴한 구름은 맞은편 바다 쪽으로 이미 흘러갔고, 구름이 내려오기 위해 자리했던 땅바닥 위로부터 하늘까지 활짝 개었고, 흰색이 조금 남은 북쪽 하늘은 파랗게 바뀌고 있었다.
초봄의 신선한 공기는 약간 차가웠다.
이렇게 다채로운 하늘을 맞고 난 날이면, 이제는 흐릿해서 애매한 기억 속의 아부다비의 하늘을 떠올리게 한다.
아부다비의 하늘은 나를 고독하게 했다.
흰색 구름조차 없는 하늘의 건조함이 오래될수록 텅 빈 푸른 하늘과 연한 주황빛의 사막을 더욱 짙게 만드는 태양 빛이 나를 더욱 우울하게 만들었다.
그늘 없는 하늘은 대지만 건조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간직해 온 푸르른 감성마저 증발시켰기에, 도시의 화려함이 짙어질수록 어린 시절 보았던 부산의 녹빛과 청빛 전경이 사무치게 그리워졌다. 빛깔을 잃어버린 심장은 결국 세상의 모든 찬란함을 흑백 사진처럼 건조하게 비추었고, 그 지독한 우울이 끝내 나를 일터에서 밀어냈다.
우습게도 내 직장생활의 실패는 맑은 하늘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