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은 나의 무가치함을 가리는 그늘이다.
만약 내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면 욕망이 들어올 틈은 없었을 것이다.
결국 욕망은 비어있는 자아의 초상이자, 결핍이 투영된 외로운 나의 실루엣이다.
그래서 나는 자꾸만 욕망 속에 숨고자 한다.
소유한 경험이 없기에 그 욕망의 이유는 알지 못한 채
소유해 본 적 없는 것들을 마치 잃어버린 영혼의 조각인 양 끝없이 갈구한다.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칭찬받고 사랑받는 것에 익숙한 사람은
고독의 한복판에서도 홀연히 온전할 수 있지만
나처럼 칭찬과 사랑에 허기진 자는
방법이야 상이할지라도 따스한 그 한마디를 듣기 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치는 것이다.
나에게 있어 글을 쓴다는 행위 또한 그 연장선 위에 있다.
나의 문장들은 누군가의 시선이 닿는 순간 비로소 숨을 쉬기 시작한다.
물론, 모든 문자는 읽는 이가 있어야 비로소 그 가치가 완성된다지만, 나에게 글쓰기는 스스로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성찰이기보다 누군가에게 읽히고 공감받고 싶은 지독한 인정욕구의 발로였다.
글을 쓰기 시작한 것 역시 비슷한 과정이었다.
글을 제대로 다듬어 써보기 시작한 것도 1년 남짓.
우연히 적어 내린 모임의 후기가 찬사를 받게 되자, 내 안의 잠들었던 욕망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홀로 고독을 씹으며 보내던 기나긴 밤들은 그날 이후 문장들로 채웠다.
그리고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 나를 보고, 너를 보고, 비로소 우리를 바라보게 되었다.
욕망은 나의 빈곤한 영혼을 가려주는 낡은 누더기였다.
배우고 싶고, 알고 싶다는 갈망들로 내 안의 허기를 애써 덮으려 했다.
그러나 이제야 깨닫는다.
그 모든 수고로운 몸짓은 결국 글이라는 가느다란 실을 엮어 너에게 닿으려 했던 간절한 신호였음을.
나의 글쓰기는 나를 가리는 욕망에서 출발하여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고백을 지나, 마침내 너라는 세계에 안착하는 여정임을.
결국 나는 글을 통해 너를 만나려 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