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아지고기 스튜(Blanquette de veau). Restaurant <Chez la Vieille>, 1 Rue Bailleul, 75001 Paris
-송아지 고기 스튜는 사실 우리에게는 낯설지 않은 음식이다. 특히 우리는 고기와 야채를 푹 삶아서 먹는 육개장이라든가 설렁탕, 갈비탕 같은 탕 요리를 프랑스 사람들보다 더 선호하니까 말이다. 프랑스에서 뵈프 부르기뇽(Boeuf Bourguignon)이라든가 포토푸(Pot au feu) 같이 비슷한 요리도 있다.
원래 이 블랑케트 드 보는 18세기까지만 해도 귀족들만 즐기는 요리였다. 블랑케트(blanquette)라는 이름이 말해주듯이 흰살 고기(viande blanchi)는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요리는 오래동안 잊혀졌다가 19세기에 다시 등장하여 대중적인 요리가 되었고, 2006년에는 프랑스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요리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블랑케트 드 보라는 요리의 조리법 역시 우리가 탕을 끓이는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송아지 고기 찬물에 넣어서 피 빼고 또 찬물에 삶아서 거품 걷어내고 ... 다시 오래동안 삶은 다음에 야채 집어넣고 또 끓이고...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와 다르게 고기를 삶은 국물을 졸여 전분 넣고 걸죽하게 만든 다음 생크림을 첨가하여 소스를 만든다는 것. 그리고 사진에 나와 있는 트뤼프(송로버섯, 검은색)를 옆으로 가늘게 잘라 얹었다는 것. 빨간색 야채는 당근.
트뤼프는 땅 속에서 캐내는 버섯으로 주로 참나무숲에서 잘 자란다. 땅속에 있어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 버섯의 강한 향을 냄새맡을 수 있는 코를 가진 돼지를 동원했지만, 돼지가 통제가 잘 되지 않아 지금은 개를 이용한다.
크기와 모양, 향이 다양하지만 대체로 지름은 5-10센티, 무게는 20-100그램 정도 나간다. 프랑스에서는 1.4킬로짜리가 팔린 적이 있고, 세계 기록은 10.5킬로. 가격은 역시 크기와 형태, 향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100그램에 75유로, 파리의 고급식당으로 팔려나가는 건 수천 유로에 달하기도 한다.
혹시 남프랑스에 겨울에 갈 일이 있으면 트뤼프 시장(주로 1,2월에 열린다) 구경을 해보거나(나는 아주 오래 전에 트뤼프 찾는 돼지가 프로방스 지방의 한 작은 마을 시장에 나와 있는 걸 본 적이 있다) 트뤼프 넣은 요리를 먹어보는 것이 좋다.
파리의 루브르미술관 근처에 있는 <라 비에이으>(할머니라는 뜻) 식당은 원래 포토푸 요리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지금은 한국인이 쉐프로 일하고 있어서 요리에 대해 친절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살짝 익힌 다음 소스에 적시는 관자요리도 맛있어서 바게트에 싹싹 발라먹었고, 쉐프가 권한 살짝 시큼한 커피도 좋았다. 식당은 건물 2층에 있는데, 좌석이 그렇게 많지 않아 푸근한 분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