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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티아고순례길의 프랑스구간 르퓌순례길을 걷다 15

by 이재형

◆ 비둘기 사냥]


노가로에서 에르쉬르라두르까지의 구간은 숲이 우거져 있어서 예로부터 비둘기 사냥이 이루어지는 지역이다. 산비둘기들은 철새여서 매년 가을 북유럽 국가에서 이베리아 반도로 이동하고, 이들의 이동 경로는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피레네 산맥은 건너기가 쉽지 않은 일종의 방벽이므로 이 비둘기들은 프랑스 남서부 지역에서 일단 휴식을 취하며 도토리나 옥수수 등을 먹는다. 이 같은 습성을 이용해서 이 비둘기를 사냥하는 것이다.


이 구간을 걷다 보면 나무의 수관(樹冠)에 걸쳐져 있는 작은 오두막집을 볼 수 있다. 이 오두막집까지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하니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삼갈 일이다. 더더구나 나무가 매년 자라서 이 오두막집도 점점 더 높이 지어야 하니까 더더욱 그렇다. 비둘기가 눈치를 채면 안 되므로 나무에 접근하는 길과 자동차는 고사리를 터널처럼 덮어서 감추어야 한다. 비둘기 집도 위장하고 입구도 좁게 만들어야 한다. 당연히 라디오나 핸드폰은 가져가지 말아야 한다.


사냥꾼은 미끼새로 쓸 길들인 멧비둘기들을 자신의 은신처 주변 여기저기에 배치한다. 그런 다음 산비둘기들이 근처 나뭇가지에 내려앉고 싶어 하도록 가느다란 끈을 잡아당겨서 미끼새들이 분주히 움직이게 만든다. 그리고 빵! 하지만 산비둘기들이 지나가지 않거나 너무 높이 날아가면 하염없이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https://www.youtube.com/watch?v=AmMfEn828K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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