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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y 02. 2018

<레미제라블>의 현장을 찾아서 3

-딸 레오폴딘의 비극적 죽음

여기서 <레미제라블> 얘기는 잠깐 접고 빅토르 위고의 가족 얘기를 좀 해볼까 한다.

2편에서 파리의 셍폴생루이 성당에서 큰딸 레오폴딘이 결혼식을 했다고 했는데, 빅토르 위고에게는 자식이 다섯 명 있었다. 

빅토르 위고는 파리의 생쉴피스 성당에서 초등학교 동창인 아델 푸세와 결혼식을 올렸고, 두 사람 사이에서는 아들 세 명과 딸 둘이 태어났다. 이중에서 빅토르 위고가 가장 애착을 가진 자식이 1824년에 태어난 큰 딸 레오폴딘이다. 그는 레오폴딘을 "아침의 별"이라는 별명으로 부를 만큼 그녀를 애지중지했다. 


빅토르 위고의 아내, 아델 푸세


      

레오폴딘이 첫 영성체를 받았을 때의 모습


빌키에에 있는 빅토르 위고의 집




그렇기 때문에 레오폴딘이 열네 살 되던 1838년에 파리 북쪽 빌키에에 있는 별장으로  아버지와 함께 놀러 갔다가 만난 일곱 살 연상의 샤를 박크리에게 반해 결혼시켜달라고 졸랐을 때 적극적으로 반대했던 것이다. 

레오폴딘은 성년이 될 때까지 5년을 기다렸다가 파리의 생폴루이 성당에서 그토록 서로 사랑하던 박크리와  조촐하게 결혼식을 올린다. 그리고 그 다음 해 9월에 이 신혼부부는 빌키에에 간다. 아침 10시, 박크리는 삼촌,사촌동생과 함께 센느 강 반대편에 있는 있는 공증인을 방문하기 위해 보트에 오른다. 막 출발하려던 박크리는 레오폴딘에게 함께 가지 않겠느냐고 제안하지만 그녀는 옷을 다 안 입었다며 거절한다. 

보트가 출발하려는데 균형이 잘 안 맞자 박크리는 무거운 돌을 가지러 집 쪽으로 돌아온다. 남편을 본 레오폴딘은 소리쳤다. "아, 이왕 이렇게 됐으니 나도 따라갈래요." 이렇게 해서 레오폴딘은 남편과 함께 보트를 타고 센느 강을 건너 건너편 마을로 갔다가 일을 마치고 다시 보트에 오른다. 

그런데 내내 잔잔하던 센느 강물이 요동치면서 회오리바람이 불어 이들이 탄 요트를 침몰시켰다. 수영을 전혀 할 줄 모르는 레오폴딘이 수영을 능숙하게 잘 하는 남편에게 절망적으로 매달렸고, 두 사람은 함께 물 속으로 가라앉았다. 레오폴딘은 이제 겨우 열아홉 살, 박크리는 스물여섯 살이었다. 1843년 9월 4일, 이 두 사람이 결혼식을 올린지 1년 7개월 뒤에 일어난 일이었다. 


    

박크리와 레오폴딘의 무덤, 빌키에


빌키에 앞의 센느 강
레오폴딘이 죽을 때 입었던 옷
박크리




그 당시 애인 드루에와 함께 스페인 여행 중이었던 빅토르 위고는 나흘 뒤에서야 신문읅 읽다가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딸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딸에게 <내일, 새벽에...>라는 시를 바쳤다. 



내일, 새벽에, 시골이 밝아오는 시간에 나는 떠나리.

알아, 네가 나를 기다린다는 거.

숲을 지나고 산을 지날 거야.

난 더 이상 너로부터 멀리 떨어져 살 수 없어.

내 생각에 눈을 고정한 채 걸으리.

밖의 어떤 것도 보지 않고 어떤 소리도 듣지 않고.

내 생각에 눈을 고정한 채 걸으리.

밖의 어떤 것도 보지 않고 어떤 소리도 듣지 않고.

홀로, 이방인으로, 등을 굽히고, 팔짱 낀 채로.

슬프다, 낮은 내게 밤과 다름없다.

저녁에 지는 석양도, Harfleur로 내려가는 배의 돛도 보지 않으리.

내가 도착하면 너의 무덤에 놓을 거야.

푸른 호랑가시나무와 브뤼에르 꽃다발을.  


그리고 딸을 잃은 슬픔을  도저히 이겨낼 수 없었던  그는 1852년까지 10년 동안 펜을 놓았다. 



빅토르 위고의 다섯 번째 자식이자 둘째 딸인 아델 위고 역시  한 영국장교를 일방적으로 짝사랑하다가 정신병을 앓아 오랫동안 정신병원에 갇혀 있다가 쓸쓸하게 죽어갔다. 프랑수아 트뤼포는 그녀의 삶을 <아델 H의 이야기>라는 영화로 만들었는데, 이자벨 아자니가 주인공을 연기했다. 


아델 위고
영화 <아델 H의 이야기>에서의 이자벨 아자니


www.thefrenchcollection.net/blank-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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