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들은 얼음처럼 차가운 추위 속에서, 혹은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서 론세스바에스에서 멀고 먼 갈리시아 지방 사이에 있는 어두운 숲을 지나고 가파른 고개를 넘으며 한 목소리로 "울트레야!"라고 외쳤다. 이 울트레야라는 라틴어 단어는 "신이시여, 우리가 늘 더 멀리, 더 높이 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정도로 번역될 수 있을 것이다.
산티아고를 향해 걷는 수백 만 명의 순례자들은 이렇게 외치며 영혼의 구원과 평화를 갈구했다. 산티아고 길은 유럽의 기독교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순례길이었다. 이미 중세 때부터 순례자들은 모든 나라에서 출발, 산티아고 대성당으로 몰려가 야고보 성인을 경배했다. 그들은 피레네 산맥을 넘어 계속 서쪽을 향해 그들의 최종 목적지인 갈리시아 지방까지 스페인 북쪽의 길고도 힘든 길을 걸었다.
순례자는 긴 외투와 챙 넓은 모자, 지팡이, 물통, 비스듬히 둘러맨 가죽배낭으로 알아볼 수 있었다. 산티아고 길은 총 750킬로에 걸쳐 스페인을 통과하는데, 그중 175킬로가 나바르 지방을 지나간다. 중세 때는 론세스바에스에서 팜플로나까지 피레네 산맥을 내려가는 길이 가장 힘든 구간으로 여겨졌다. 순례자가 식사를 하고 길을 걸으며 쌓인 피로를 풀어주는 무료숙소를 찾을 수 있는 식당 겸 숙박소와 무료병원, 교회, 수도원이 이 길 여기저기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 길은 조금씩 바뀌어 중요한 무역로가 되었다. 독일의 포도품종이 갈리시아 지방까지 퍼져나갔다. 다른 상품과 다른 건축양식, 새로운 풍습과 사고방식이 산티아고 길을 통해 중세 스페인에 자리를 잡았다. 똑같은 것들이 이 길을 통해 스페인에서 중부유럽으로 퍼져나갔다.
순례자의 일상은 매우 간소했다. 그의 식사는 흔히 딱딱하게 굳은 빵 하나와 마른 치즈 한 조각으로 요약되었다. 돈이 좀 있는 순례자는 말린 고기를 먹을 수도 있었다. 다행히도 목마르고 배고픈 순례자는 수도원과 무료병원에서 배를 채울 수 있었다. 론세스바에스 수도원의 수사들은 매년 빵 한 조각과 포도주 한 잔으로 이루어진 2만5천 명분의 식사를 순례자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종교축제 때는 여기에 삶은 양고기가 조금 얹어졌다. 부활절 주일 동안은 말린 대구와 절인 정어리, 야채수프를 제공하였다.
오늘날에도 산티아고 순례길의 프랑스와 스페인 구간에는 소액의 기부금(혹은 순례자가 알아서 내는 기부금)만 받고 잠자리와 식사를 제공하는 교회와 수도원들이 있다. 스페인의 에스텔라 근처에 있는 "순례자의 샘"에서는 물과 포도주를 공짜로 마실 수 있다. 1992년에 만들어진 이 샘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순례자여, 당신이 산티아고에 건강하게 도착하고 싶다면
이 맛있는 포도주를 한 모금 마시고 행복을 위해 건배하시오
이라체 샘 포도주의 샘
주의 " 과음은 건강에 해롭습니다!"
포도주는 딱 한 잔만 마셔야 한다. 수통에 채워가는 비신사적 행동을 하면 150유로의 벌금을 물 수도 있다. 옆에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미리 얘기해두자면, 포도주의 질이 꼭 좋다고 보장할 수는 없으며, 양도 무한정하지 않다. 수도꼭지에 연결된 벽 뒤쪽의 술통에 들어 있는 포도주가 동나면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