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묘지에 살고 있는 죽은 자들 1

-오스카 와일드

파리 시내에[ 있는 여러 개의 공동묘지 중 페르라세즈 묘지는 가장 크고(44ha) 가장 먼저(1802년) 생겼다. 묘지라기보다는 다양한 식물과 동물이 사는 공원에 가까운 이 페르라세즈 묘지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유명인사들이 묻혀 있다. 

 이 유명인사들 중 몇 명의 무덤에는 늘 숭배자들이 들러 다녀갔다는 표시로 꽃을 바치고 지하철표와 편지를 남긴다. 그중 한 명이 오스카 와일드다. 아래 사진은 유리벽이 둘러쳐지기 전에 찍힌 것이다. 수없이 많은 숭배자들이 저렇게 무덤에 루즈자국을 남기자 지우기도 지쳤던 관리사무소는 아예 유리벽을 쳐서 접근을 원천봉쇄해버렸다. 그래도 루즈자국이 드문드문 남겨져 있는 걸 보면 유리벽을 넘어들어가는 사람들이 있음에 틀림없다.   

 

오스카 와일드(1854~1900)는 아일랜드 더블린 출생의 극작가이자 소설가, 시인으로 19세기 말 유미주의를 대표하는 작가이다. 젊었을 때 뛰어난 재기(才氣)와 화려한 행동으로 인하여 세간의 주목을 끌었으며, 그의 작품 중 경구(驚句)로 가득한 희극은 수많은 관객들을 모으는 데 성공하였다. 좌담과 강연에 능했고 사교계의 화려한 존재였다. 오스카는 유명한 안과 의사이자 고고학자였고 박애주의자였던 아버지와 당시 성공적인 작가이자 민족주의자인 어머니 사이에서 1854년 태어났다. 1871년 더블린의 트리니티 대학에서 고전문학을 공부하고, 1874년 옥스퍼드 대학에 입학하여 우수한 성적으로 1878년에 졸업했다.

그때 『르네상스』(1873)에 의하여 새로운 심미주의적 예술관과 인생관을 창도한 W. 페이터의 영항을 받았는데, 이 책은 오스카에게 있어서 평생의 ‘황금서(黃金書)’가 되었다. 대학 졸업 후 작가 생활을 시작하였다. 1882년에는 미국에 건너가 영국 문예부흥과 신이교주의(新異敎主義)의 선양을 위한 강연을 각 지방에서 행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작품으로는 1881년의 『시집(詩集)』을 비롯하여 1888년에 동화집 『행복한 왕자와 다른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특히 『행복한 왕자와 다른 이야기』는 1884년에 결혼한 그가 자녀들을 위하여 썼다고 하는데, 그의 온순함과 그 무렵의 사회적 풍자가 넘치는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오스카의 문학적 명성이 일약 올라간 것은 고딕풍의 멜로드라마이자 유일한 장편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1891)에 의해서였다.

머리말에 “서적에는 도덕적인 것도 부도덕적인 것도 없다. 잘 썼느냐 그렇지 않으냐가 문제이다”라고 말한 주장이 잡지에 발표되었을 때 세상의 비난의 표적이 되었다. 이 책은 잡지에 발표하던 것을 증보하여 단행본으로 간행한 것으로, 미모의 청년 도리언이 쾌락주의의 나날을 보내다 악덕의 한계점에 이르러 마침내는 파멸한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그는 이어서 제2의 동화집 『석류나무집』(1891), 중편소설집 『아서 새빌 경의 범죄』(1891), 비평집 『의향』(1891) 등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좌담에 대한 그의 재능이 발휘된 것은 『윈더미어 부인의 부채』(1892), 『살로메』(1893), 『거짓에서 나온 성실』(1895) 등에서였다. 이 작품들은 일련의 세태를 배경으로 한 희극으로 19세기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교묘한 회화와 기지와 경구로 뛰어나 지금도 호평을 받고 있을 정도이다. 특히 프랑스어로 쓰인, 괴기한 미와 환상의 시극 『살로메』는 영국에서 상연이 금지되었으며 1894년에 사라 베르나르에 의해 파리에서 초연되기도 했다. 그 후 오스카는 1895년 동성애적 성벽(性癖)으로 인한 퀸즈베리 후작과의 소송에서 패소, ‘막중한 풍기문란’이란 죄명으로 2년의 실형을 받고 극적인 몰락을 겪게 된다. 형기(刑期) 중에 익명의 시(詩) 『리딩 감옥의 발라드』(1898)와 참회록 『옥중기』(1897) 등을 쓰기도 했다. 그는 이 사건으로 영국에서 영원히 추방되어 평생 돌아가지 못했으며 프랑스 파리에서 1900년 비참한 생을 마쳤다.  

    [네이버 지식백과] 오스카 와일드 (해외저자사전, 2014. 5., 교보문고)

 

오스카 와일드의 동성애 상대로서 그의 삶을 나락에 빠트린 알프레드 더글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