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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y 24. 2018

저항의 생선, 정어리

    정어리는 한국에서는 잘 안 먹지만 프랑스에서 아마도 가장 많이 소비되는 생선일 것이다. 일단은 값이 싼데다가 좋은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는 오메가 3 성분과 뼈에 좋다는 칼슘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서다(그러니 뼈째 드시라). 그런데도 칼로리는 그다지 높지 않다. 신선한 정어리는 살이 단단하고 은빛이며 아가미에 피가 고여 있지 않아야 한다.
  정어리의 크기와 맛은 관계가 없지만 대신 크기가 커지면 지방 성분이 증가한다는 점에 유의할 것. 사면 최대한 빨리 먹어야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맛도 떨어지고 살이 부서지기 때문이다. 작은 놈은 내장을 제거하지 말고 그냥 통째로 구어먹는 것이 가장 좋다. 말리거나 훈제하거나 기름에 절인 정어리는 꼭 포도주처럼 몇 년이 지난 뒤에서야 그 최고의 맛을 낸다고 한다.


    





  그러나 이 정어리라는 작은 생선은 저항의 냄새를 풍기기도 한다.
  브르타뉴 지방에 있는 두아르네네즈는 1921년 프랑스에서 최초로 공산주의자가 시장으로 당선된 도시다. 두아르네네즈는 프랑스에서 정어리를 가장 많이 잡는 도시로서 2006년에 3,714톤을 수확하였다. 그리하여 19세기부터 정어리 통조림 공장이 들어섰으며 그중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1853년) 샹스렐 공장(코네타블 상표)은 아직까지도 정어리 통조림을 만들어내고 있다, 지금은 거의 대부분 문을 닫고 세 곳만 남아 있다.


   


  1921년 두아르네네즈에서는 프랑스에서 최초로 공산주의 시장이 온갖 우여곡절 끝에 당선되었다. 그러나 그가 1924년에 죽고 경제위기가 닥쳤지만 카르노 사르딘 공장 경영진은 고통스러운 노동조건을 개선해달라는 여성노동자들의 요구에 귀를 막았다. 결국 경영진의 거부에 화가 난 여성 노동자들은 같은 해 11월에 파업을 일으켰다.
  며칠 만에 두아르네네즈의 모든 정어리 공장 노동자들이 이 파업에 합류하였는데, 여기에는 새로 당선된 공산주의자 시장 다니엘 르 플랑섹의 지원이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전국 각지의 공산당과 사회당 유명인사들이 이곳으로 몰려들어 경영진을 압박하였다.
  12월 들어 매일같이 시위와 집회가 열리고 파업찬동자와 반대자들 간에 충돌이 벌어지자 경영진은 전문적인 파업 훼방꾼인 레옹 레이니에르를 불러들였다. 그러나 파업이 시작된지 42일째 되는 날, 한 가지 결정적인 사건이 사건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1925년 1월 1일 오후 6시, 시장과 그의 조카를 총으로 쏘아죽이려는 시도가 일어난 것이었다.
  이 비열한 행위에 분노한 여성 노동자들이 분노에 휩싸여 공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리자 경영진은 결국 굴복, 1월 6일에 여성 노동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임으로써 파업은 끝이 났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에 여성 노동자 조세핀 팡칼레가 다니엘 르 플랑섹의 리스트에 등록되어 시의회의원으로 뽑혔으나 무효화되었다. 왜냐하면 이 당시 여성들은 선거권은 물론 피선거권도 없었던 것이다. 
  이 사건은 지난 2004년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수백 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1924년 정어리 공장 여성노동자들의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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