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를 가라고요?

남편, 우리 겨울 휴가지는 지중해야.

by 손최박

마음의 문을 활짝 열자.

나는 산부인과에서 난임 병원을 권유받은 30대 초반의 여성이다. 자연 임신이 어렵다는 판정을 받았고, 이제는 피할 수 없는 길 앞에 서 있다. 그렇다면 피하지 말고 즐기자. 생리 2~3일 차에 난임 병원을 방문하라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또다시 한 달 반이라는 시간을 생리를 기다리며 보내야 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마음을 다잡고 준비했다.

난임 병원에 대해서도 여러모로 알아보고, 어떤 선생님께 진료를 받을지까지 결정해두었다. 생리를 시작한 듯 보여 다음 날 남편과 함께 병원에 가기로 약속도 잡았다.

이른 아침부터 병원에 가기 위해 부지런히 준비를 했는데, 웬일인지 생리를 시작한 지 하루 만에 다시 멈춰버렸다. 생리 불순이었다. 하지만 이미 가기로 한 약속, 남편과 함께하기로 한 계획을 미룰 수는 없었다. 생리를 하지 않았지만 예정대로 난임 병원에 갔다.

병원에 간 첫날, 담당 선생님을 만나고 남편은 정자 검사를, 나는 초음파와 피검사를 받았다. 그리고 생리를 유도하는 주사도 맞았다. (이 주사는 엉덩이에 맞는데, 꽤 아프다.) 주사를 맞고 나서는 1~2주 내에 생리가 시작되면 다시 오라는 안내를 받았다. 그렇게 첫 발걸음을 떼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다.
이번엔 혼자 난임 병원 웨이팅에 도전했다. 마치 007 영화 속 주인공처럼... 비장하게...
병원에는 아침 7시 10분쯤 도착했는데, 이미 대기번호는 14번.
첫 방문이라 언제쯤 진료를 받을 수 있을지 전혀 감이 없어서 2시간 넘게 병원에 앉아 기다렸다. 중간에 카페에 다녀오기도 했지만, 여전히 내 차례는 한참이 남아 있었다.

기다리는 중, 문진을 담당해주시는 간호사분이 오셔서 “오늘 나팔관 검사랑 다른 검사도 있는데, 괜찮으세요?” 하고 물으셨다.
나는 뭐든 하라는 건 다 준비되어 있었기에 당연히 “네, 할게요!”라고 답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 나팔관 검사를 열심히 검색하기 시작했다.

와 이렇게 바로 내가 시험관을 시작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약 3시간 후, 드디어 선생님을 만났다.
그런데 선생님의 첫마디.

“오늘은 아무것도 못 해요.”

...???!???!?!
“왜요?”
“간 수치가 안 좋으시네요.”

아... 이전 산전검사에서도 간수치가 높다는 얘기를 들었기에 알고는 있었지만 아직까지도 안 좋은 줄은 몰랐다.

“내과에 가셔서 간 수치부터 안정시키고 오세요. 난임 여부를 보기 전에, 지금은 산전검사조차 통과 못 하신 상태입니다. 꼭 내과 다녀오세요.”

결과지를 보니 간 수치는 세자리가 넘는 터무니없는 숫자였다.

나는 술을 자주 마시지도 않고, 담배도 하지 않는다. 지방간 소견이 있다고 했다.
내과에서는 “지중해식 식단을 하셔야 해요.” 라는 조언을 들었지만,
지중해식 식단이 뭔데요... 하...

올해 겨울 휴가지, 정해졌다.
지중해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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