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블로그는 대단히 재밌다. 적어도 나 한 사람에게 흥미를 가져다주면 그 역할을 다한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끄적이던 마음들이 글을 쓰는 습관으로 자리 잡고, 그것의 연장으로 일상을 기록하는 데까지 확장하게 될 줄 몰랐다.
고등학교 시절 진로로 고민하다 누구 하나라도 정답을 얘기해주지 않을까 싶어 엄마에게 물었다.
배우와 작가 중 어떤 걸 했으면 좋겠냐고.
엄마의 대답은 생각보다 깊고 넓었다. 그때만 해도 속앓이를 하느라 병을 얻었었던 나는, 항상 가족들이 내 마음이 어떤지 신경을 써야 했던 아이였는데. 엄마는 그에 대한 연장으로 답을 해왔다. 연기보단 글을 쓰는 게 내게 더 맞는 것 같지만 글은 혼자서만 속으로 담아내고 깊이 파고들어야 하므로 감정적으로 힘들 것 같다고. 그래서 지금보다 더 마음으로 앓는 사람이 될 것 같으니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솔직한 마음이라고 했다.
글을 보면 기록자의 인생은 무조건 담겨있다. 전혀 별개의 이야기를 적으려고 해도 가치관이나 상황에 대한 대응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입장이 담기기 때문이다. 내가 오랫동안 글을 써가면서 내 슬픈 마음들이 생각나 거의 매번 울었는데 그때마다 엄마의 말이 떠올랐다. 그래서 글을 쓰면서 어두운 감정이 확장되고, 내 불안한 과거에 매몰되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렇게 실컷 쓰고, 실컷 들여다보니 저절로 인물 탐구가 된 것인지 모든 것에 깨달음이 왔다. 사람도, 상황도, 태도도 안 보였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도 꽤 시간이 지난 뒤에야 온 순간이었다.
중학교부터 일기를 시작하며 끄적이기 시작했으니 거의 15년은 기록을 했는데 한 8년째 지날 즈음부터 조금씩 이해관계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일들과, 어쩌면 스스로 깊게 만든 상처라는 것까지. 그때 알았다. 그동안 이야기 속 인물이 되어 상처를 토해내고만 있었구나. 그래서 소위 말하는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다시 글을 써보려고 노력하다 보니 무턱대고 다가왔던 감정들도 정리가 되고, 이유가 생기니 미워하기만 하는 게 괜스레 죄책감 들었던 남모른 마음들도 괜찮아지기 시작했다.
20대 초반엔 엄마가 성격이 더 어두워지지 않게 연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한 게 선구안인줄 알았다. 그러나 중반이 지나선 글을 쓸수록 강해지는 나를 느끼며 글을 쓰는 게 내게 더 잘 맞는다는 사실이 선구안이었다는 걸 느낀다. 우리 엄마답게 나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글을 쓰는 게 치유를 시켜줄 수도 있다는 것만 모를 뿐이었다.
이제는 그저 쓴다 좋은지 나쁜지는 의심하지 않는다. 마음껏 경험해 봤으니 당연히 좋을 거라는 확신만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