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이 되고 배가 되는

by 성게알

요즘 종종 20대 초반의 내가 생각나 현재와 대조해 보게 되는데 어제는 달리다가 한참 가족들에게 감정적으로 매여 힘들어하던 대학생 때 교수님께 했던 고민 상담이 생각났다.
가족들 일이 다 내 일 같고, 당사자만큼 감정적으로 힘들다고.
그랬더니 교수님은 아직 내면이 가족들로부터 독립을 못한 것 같다고. 언제나 내가 일 순위가 되어야 하고 제일 중요하게 여기라셨다.
나름 혼자서 무언가를 선택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성장해 독립했다고 생각했는데 교수님의 말씀에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외면하지 않고 그 말을 인정하려고 꽤 많은 시간을 들여서 독립하지 못한 내면을 관찰했다.
그 말씀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인정할 부분은 분명히 있었지만 뭔가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고 느꼈다.

어제 달리기를 할 때 그때의 대화가 생각이 나서 지금은 어떤가 하고 천천히 돌이켜 생각해 봐도 독립한 내면을 가진다 한들 사랑하는 이들의 슬픔에 괴로워할 것 같았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았다.
그냥 사랑하는 거라고.
내 몸과 같이 사랑해서. 내 맘과 같이 느끼는 거라고. 아직 독립을 하지 못한 모습들과는 별개로 당신들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그 때문에 나는 여태껏 아파했고, 함께 슬퍼한 거라고. 물론 지금의 나는 그 슬픔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결국 내 일처럼 함께 지나올 것이란 건 변함이 없었다.
지난 몇 년간 스스로가 어리숙하다 느껴졌던 교수님의 한마디는 틀린 건 없다. 분명히 어느 면에서든 나의 그런 면모는 존재한다. 그러나 그 한마디에 매여있던 건 스스로였다. 나를 제일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말이 족쇄가 되어 사랑하는 사람들의 슬픔에 동조하지 않으려 부단히 애를 썼다. 어쩐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 그동안 허튼데에 힘을 쏟았다는 걸 알았다.
그것을 깨달은 이제부터는 결정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실컷 슬퍼하고, 실컷 기뻐하자고. 그것이 반이 되고 배가 되는 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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