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침대에서 겨우 빠져나왔다. 눈도 채 떠지지 않았지만 오늘은 나가야 한다는 의지 하나만으로 제3의 눈이 달려있듯 여기저기 흩어진 운동복이며 아대며 기가 막히게 찾아 입었다.
눈곱도 안 떼고 모자도 안 쓴 채로 누가 보면 흉볼 만큼 헝클어진 모습이지만 나가서 달리기를 한다는 것이 내겐 제일 중요했다. 발목을 풀고, 허리를 풀고 10분을 걷다가 천천히 달리기를 시작했다. 보통 노래를 틀고 달리지만 30분의 시간 동안 팔과 다리를 휘젓는 동작을 반복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길고 지루한 싸움 같은 거라 체력증진용보단 대체로 내 의지와 인내력을 증진하는 목적에 가까워진지는 오래됐다.
그래서 제주도 골목골목을 다니기도 하고, 코스에 변동을 주면서 달리는 편인데 오늘은 작은 주택들 사이에서 어느 집의 밥냄새가 풍겨왔다.
코를 킁킁 대며 메뉴를 맞춰보는데 그때 느낀 건 확실히 집밥은 집밥의 냄새가 난다는 것. 집에서만 날 수 있는 밥의 냄새.
똑같은 메뉴를 해도 음식점에서는 느낄 수 없는 냄새가 나고 거기엔 그리운 느낌도, 따뜻한 느낌도, 다정한 느낌도 담겨 있다.
냄새를 보니 메뉴가 한두 가지가 아닌 모양이었다. 아침부터 분주히. 아니 새벽부터 일어나 준비했을 어느 가족들의 아침상이 보지 않아도 부러웠다. 그걸 해낸 누군가의 수고도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단란한 사랑이란 말이 저절로 나왔다.
전환점을 돌았다. 이번엔 포근한 빨래냄새가 넘실 날아왔다. 파란 집을 지나자 열린 대문 안으로 빨래를 널고 있는 아주머니를 보았다. 가지런히 널어놓고 반나절이 지나면 햇볕에 바싹 마를 빨래의 느낌이 상상됐다. 단란한 사랑이란 말이 저절로 나왔다.
누군가를 뒤에서 챙겨주는 마음은 저토록 소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