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녀가 생긴다면 망설일 거예요

by 성게알

예전의 일이었다. 지인들과의 자리에서 자신들이 생각하는 결혼이나 자녀, 가정에 대한 얘기가 오 갔다.
그중 한 지인은 자식은 한 명만 낳고, 해줄 수 있는 건 최대한 해주고 싶다고 했다. 사람들도 동의를 하는 끄덕거림을 보였다. 적어도 내 자식이 하고 싶다고 한 것에 있어서 망설이지 않고 오케이 하고 싶다면서. 그것은 경제적인 지원이었다.
그는 공감하는 사람들 사이로 묵묵히 듣기만 하던 나에게 의견을 물었다.


"성게알 씨는 어때요?"

대답을 할까 말까 망설였다. 그저 나의 가치관일 뿐이지만 상대방의 입장과 꽤나 반대여서 혹시 비난이라고 느끼거나, 불쾌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였다.
"글쎄요.. 전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몇 명 낳고 싶다거나, 어떻게 키우고 싶다는 건 한 번쯤 생각해 보잖아요."

"... 음.. 그냥.. 저는, 자식이 한 명이던 여러 명이던 망설이고 싶어요.”

의아한 눈빛을 띈 몇 쌍의 눈동자들이 나에게 집중됐다.
“저는 항상 망설이고 거절하던 부모님 밑에서 자라왔어요. 남매가 다섯 명이니까 당연한 절차였죠. 언제나 모자라게 자라왔고, 포기하고 살았어요. 제 이름을 적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죠. 심지어 팬티 한 장도요. 그래서 저도 옛날에는 여러분이 말했던 것처럼 자식은 풍족하게 키우고 싶었는데요.
지금은 달라요. 저 좀 잘 큰 것 같거든요. 그 결핍들 덕분에."


"어떤 부분에 있어서요?"

"포기가 당연해서 갖고 싶다고 말하는 것조차 포기했던 제가 좋아요.
제 주변 지인들이, 결혼할 때 부모님의 경제적인 지원을 걱정하는 사람들을 보며 놀랐어요.
전 생각도 없었거든요. 당연히 결혼은 혼자 힘으로 이뤄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걸 보니까 저 굉장한 사람이더라고요. 그렇다고 지원을 받는 사람들이 잘못됐다는 건 아니에요. 도움받을 수 있는 부모님이 계시면 기대고, 지원받으면 더없이 든든하고 좋죠. 제가 말하는 굉장하단 건, 이렇게 혼자서 살아내잖아요. 혼자여도 무서워하지 않잖아요. 포기한다고 안 좋은 게 아니라 안 되면 다른 길을 찾고요, 다른 길을 못 찾으면 뭐라도 해요. 그래서 나중에 자식이 생긴다면 있어도 없는 척하고 살래요. 모자람 있게 큰 다는 거 대단한 사람으로 성장한다는 것 같아요. "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는 눈빛이 또렷하게 느껴졌다. 그것은 이해를 못 하겠다는 뜻일 수도, 신기하다는 뜻일 수도, 반대하는 뜻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 굉장한 짜릿함을 느꼈다. 사람들을 보지 않고 나 자신을 또렷하게 보고 말한 기분이 들었으니까. 당당하게 나 자신을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괜스레 창피하면서도 내가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았다.

이 정도면 내가 거쳐온 모든 시련들을 사랑하게 됐다고 말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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