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었습니다. 산문이기도 시 같기도 한 책이었어요. 깊은 울림, 감명 깊은 교훈을 만난 건 아니지만 그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아무래도 책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밥 벌어먹고사는 방식이, 인생에 동료로 삼을 것이 제아무리 돈 못 버는 선택이라 해도 책이 되는 게 좋을 것 같았습니다.
이제는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돈을 버는 작가가 되겠다, 유명한 작가가 되겠다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글을 쓰는 사람이 되기로.
그런데에는 특별한 일이 생겼기 때문은 아닙니다.
글을 쓰는 동안 나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갔고, 누군가 쓴 글을 보는 동안 세상을 알아갔어요. 아직도 읽지 못한 세상의 수없는 책들을 볼 때까지는 절대 세상을 다 알 수 없겠구나. 그럼 나도 끊임없이 글을 쓴다면 나를 하염없이 발견하겠구나. 그렇다면 내가 만나보지 못한 경험들을 기대하며 끝까지 살아가야겠다는 무언의 다짐을 자연스럽게 해온 것 같습니다.
책을 읽으면 종종 신기한 경험을 하게 돼요. 책 하나로 하루에 무궁무진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니까요. 그래서 아무 일이 없던, 감흥이 없던, 볕이 좋은 날도, 볕이 좋지 않은 날도 삼삼하게 울려주다 왈칵 웃게 하니까 그럼 별 것 없던 날도 꽤 감정으로 들락거렸던 하루가 될 것 같았어요.
그건 살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내가 생명이라는 뜻이겠지요. 방울방울 물이 맺히고, 피식 바람이 새어 나오는 건 내 몸이 뜨겁게 피가 돌기에 가능한 것이겠지요. 그래서 책을 택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만히 표정을 잃은 채로 걷는 것은 다소 매우니까요. 삼삼한 표정을 몇 개 갖게 되면 그걸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나는 계속해서 글을 써 내려가야 하고, 그래야 나란 사람을 더 다정하게 돌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글을 쓰는 행위에 대한 저의 애정은 이런 종류입니다. 거창한 포부는 없지만 잔잔하게 함께 가고 싶은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