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파릇파릇한 새내기로 대학교에 다닐 때.
동기들과 이야기를 하하 호호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다 부모님에 대한 얘기로 뜬금없이 흘러갔다. 그때는 내가 대단하게 성숙한 어른이 된 줄로 착각을 하며 살았었는데 평소에 비교도 할 수 없게 차분하고, 어른스러운 동기 언니가 갑자기 부모님께 당신들의 마지막에 대해 의견을 여쭌 적이 있다고 했다.
처음엔 아직 너무 젊고 정정하신 부모님께 무슨 파렴치한 질문인가 했었다만 그 속 이야기는 아주 본질적이고 중요한 이야기였다. 부모님들이 원하는 마지막을 당신들의 바람대로 해주고 싶은 마음. 그리고 생각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지만 어느 정도 생각과 준비를 해두셨던 부모님들의 대답은 날 동요시켜 기어코 부모님께 달려가 그 물음을 묻게 만들었다.
“아빠 아주 진지하게 대답해 줘야 해. 혹시 아빠는 하늘나라로 가게 되면 우리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다 하는 거 있어?”
아빠는 나의 질문에 하하 웃음을 터트리셨지만 이내 고민을 하는 모습을 보이셨다.
“경치 좋은 곳에 묻어줬으면 좋겠어.”
뜬금없는 질문에 아빠는 그리 가볍지도, 그리 진지하지도 않은 채 아마도 그렇겠지 하는 뉘앙스로 대답했다. 하지만 질문 이후로 어느 날 문득 다시 한번 그 고민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분명히 있으리라. 그래도 그 질문을 할 적에는 별 의미를 느끼지 못했다. 내가 묻는 의미도, 아빠의 대답에 느끼는 의미도. 그렇게 그 질문을 잊고 지내다 오랜만에 엄마를 만나러 갔을 때였다. 어떤 상황이었는지는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엄마 얼굴을 마주 보고 있다는 것만 기억났다.
“맞다, 얼마 전에 아빠한테도 물어봤었는데 엄마는 마지막을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놓은 거 있어? 뭐 묘를 해달라거나, 묘비 문구를 생각했다거나.”
엄마는 고민하는 기색도, 장난스러운 웃음도 없이 바로 대답하셨다.
“화장해서..”
동기 언니의 부모님의 대답이라든지, 아빠의 대답은 지극히 평범했다. 나 또한 그저 생각나서 던진 질문일 뿐이었다.
“화장해서 아무 데나 뿌려줬으면 좋겠어. 어떤 특정한 곳 말고 아무 데나 뿌려서 사람들이 못 찾아오게.”
고요하던 머릿속이 갑자기 찾아온 충격에 멍했다.
"왜?"
옛날에 우리 엄마도 여러 가지 사연으로 사람을 싫어하던 때. 그 마음들에게서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건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