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해서 아무 데나 뿌려줬으면 좋겠어. 어떤 특정한 곳 말고 아무 데나 뿌려서 사람들이 못 찾아오게.”
고요하던 머릿속이 갑자기 찾아온 충격에 멍했다.
“왜?”
옛날에 우리 엄마도 여러 가지 사연으로 사람을 싫어하던 때. 그 마음들에게서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건가 싶었다.
“주변 사람들이 엄마 때문에 슬퍼하고 찾아오고 이런 거 안 했으면 해서.”
“슬퍼하는 게 아니라 즐거운 마음으로 찾아가면?”
“그래도 안 돼.”
처음엔 그저 생각나서 했던 질문이 지금은 도무지 납득이 안되어 ‘왜?’라는 말만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왜? 엄마를 찾아가서 슬퍼하는 게 아니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는 거잖아.”
“그냥 아무도 오지 않고 기억하지 않아 줬으면 좋겠어.”
“......”
단전에서부터 뜨거운 무언가가 가슴 언저리로 올라오고 있었다. 그것은 슬픔이었는지 분노였는지 알 수 없었다.
“... 왜? 엄마는 그게 모두를 귀찮게 하지 않고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하는 거야?”
“응.”
“그럼 모두 말고 딸들은? 언니들이나 나나 너무 힘들어서 엄마가 보고 싶은데 엄마를 볼 수 있는 곳이 아무 데도 없으면 어떡하라고.”
“엄마는 이미 없는 사람이니까 모든 이들의 기억에서 사라져야 해.”
안다. 엄마의 죽음에 대한 결정을 존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또한 엄마를 설득하는 말들 또한 순전히 나를 위한 전제조건이라는 것을.
“그건 엄마 입장이잖아. 우리한테는 엄마랑 있었던 모든 사실을 부정하는 것 같아서 싫어. 잊으라는 게 아니라 아예 없었던 게 됐으면 좋겠다는 거잖아. 몰라. 난 그렇게 못해주겠어. 어차피 엄마 떠나고 나면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니까 우리 마음대로 할래.”
결국 내 고집으로 대화를 끝냈다.
이런 끔찍한 대답을 들을 줄 알았다면 묻지 말 걸.
괜히 허영에 가득 찬 질문 하나 했다가 평화롭던 하루가 내내 찝찝했다.
물론 그 이후 한참을 관련된 얘기를 하지도, (다시 들을까 무서웠다.) 사이가 어색해지지도 않았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은 그때 그 질문을 잘했다 생각한다. 물어보지 않았으면 눈치채지 못할 엄마의 비밀스러운 계획을 미리 무너뜨리지 않았다면 큰일 날 뻔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 엄마는 당신 자신을 쿨한 어른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딸의 입장에선 쿨하지 못한 엄마가 쿨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닫혀있던 생각이 나 마음은 자녀들을 하나둘씩 어른의 세상으로 보내며 문을 열었어야 했기에, 또 그런 자식들의 삶과 이제야 비로소 자유로워진 자신의 삶을 존중받고 싶었기에 서로에게 쿨하자 각인시키던 엄마였다.
그래도 하다 하다 죽음의 순간까지 쿨하게 기억을 지워버리자고 할 줄은 몰랐다.
엄마의 뜻은 잘 알았다. 자신이 세상에 없는 순간까지 자식들에게 귀찮은 짐을 지게 하고 싶지 않아서, 내내 자신의 기억에 아려올 자식들의 마음을 생각해서 내린 결론이었겠지만
정작 정말로 그렇게 이행했을 때 왠지 서운해할 엄마 같았다. 여전히 당신의 뜻대로 마지막을 이행할 계획도 물론 없다. 그렇다고 온전히 내 뜻대로 할 생각도 아니다.
당신께서 마음이 약해지고 삶에 집착이 들 때 다시 한번 물을 생각이다.
어느 정도 서로의 타협점이 될 대답을 들을지도 모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