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으면 이득

아무에게도 안 알려준 비법

by 성게알

이건 비밀이자 비법.
사람의 성격을 MBTI로 나누자면 INFJ인 난, 내게서 제일 명확한 한 가지를 고르자면 N일 것이다.
옛날부터 기우도 많고 생각도 많아 선뜻 도전하지 못하고 관두기도 일쑤였다. 그건 모두 절망에 다다른 내 N적인 상상이 한몫, 아니 열 몫은 했을 것이다.
만약에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가 무섭게 달려오면, 길을 걷다가 하수구에 빠지면, 만약에, 만약에. 무섭게 줄지어선 if를 다 얘기를 하려면 364일 23시 59분 59초 눈이 떠 있어도 그 1초 때문에 끝맺지 못할 것이다.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꽤나 오래된 나의 의식 같은 게 있다.
상상에 가지를 치다 가족들의 위험을 떠올리게 되는 일도 일쑤인데 그럼 그 상상만큼은 도로 무르고 싶다. 속으로 퉤퉤 침도 뱉어보기도 하지만 내가 가장 맹신하는 건 으름장을 놓는 것이다.
참고로 내겐 종교가 없다. 믿을 수 있는 건 다 믿기도, 믿지 않기도 한다. '무섭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특정한 보이지 않는 존재들을 딱 지칭하진 않지만 속으로 얘기할 땐 그들에게 말을 한다.

나의 엄마, 나의 동생 등등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부정적인 상상이 떠오르면 어금니부터 짓이기는 걸로 시작한다. 속으로 말한다. 지칭할 수 없는 존재에게.
"우리 엄마 건드리지 마. 내가 가만히 안 둘 거야."
"내 동생 아프게 하면 내가 온 힘을 다해서 너랑 싸울 거야."

그렇게 이를 뿌득 뿌득 갈며 경고를 하고 나면 그 존재들이 무서워 사사삭 도망가는 게 느껴진다. (그것도 N의 상상이다.) 그러다 가만 생각해 보면 좀 웃긴다. 멋대로 상상해 놓고 , 멋대로 경고하고. 그냥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그야말로 N의 표본 아닌가.

그래도 이건 내 상상을 취소하고, 안심시키는 나만의 의식, 비법. 이걸로 여러 번 가족을 지켜냈다고 믿고 있다. N의 상상에 동참하고 싶으신 분들은 한 번 해보시길. 사실, 강력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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