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사전

2. 방만하다

by 성게알

방만하다 : 맺고 끊는 데가 없이 제멋대로 풀어져 있다.


그전까진 그랬던 것 같다.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었던 순간들 앞에 줄곧 방만했다.

어질러진 나태함과, 될 대로 되라는 식의 회피.

맺고 끊지 못하는 물러터진 성격은 꼭 이상한 데서 발동이 됐다. 선택하기를 포기하고 퍼져버리던 나날들이 있었다. 그래서 자주 외면하기도 했다. 끝까지 미뤄보고 숨겨두다 마지노선에 다다라서야 선택하면 그건 그거대로 핀잔이 되어 돌아왔다. 덕분에 걱정도 많았고, 눈물도, 부정도 많았다.


현재는 빠른 선택이 비교적 적은 스트레스로 이어진다는 생각에 방만함은 줄어들었다. 생각에 오래 머무르지 않을수록, 해결을 빨리 할수록 벌도 빨리 받고, 전전긍긍하는 시간도 줄기 때문이다. 또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방만한 태도는 줄어들었다. 예전엔 좋음만 표현했을 때에 관계가 유지되는 비결인 줄 알았는데 지금은 싫음까지 표현해 잘 다듬어야 오해 없이 건강한 관계를 만든다는 걸 알고 있다.


왜 그렇게 울었을까. 왜 그렇게 시간을 방만하게 흘려보냈을까. 작은 심장으로 벌벌 겁을 삼키던 구석의 나. 하지만 그때에 날 싫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해하고 지켜주고 싶다. 하나만 선택하길 강요받던 시간 속에 커왔기 때문이다. 내 마음은 줄곧 다 아껴주고, 좋아해 주고 싶었는데 선택을 하면 누군가를 외롭게 해야 했다. 그래서 맺고 끊지 못하고 풀어져 있었다.


지금의 내 모습을 좀 더 빨리 찾았으면, 지금 아는 것을 더 빨리 알았더라면 슬픔이 설 자리는 줄어들었을 텐데. 뭐, 그래봐야 방만해 본 자만이 깨우쳤을 사실이다. 여전히 방만한 모습이 군데군데 자리하고 있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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