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사전

3. 해사하다.

by 성게알

해사하다 : 1. 얼굴이 희고 곱다랗다.

2. 표정, 웃음소리 따위가 맑고 깨끗하다.


해사한 얼굴은 아니다. 줄곧 햇빛에 타서 까맣다는 소리와 그로 인해 파생된 별명들을 들으며 살아왔다. 옛날엔 해사한 외모를 원했다. 왜인지 곱게 자라고, 투명한 느낌이 드는 것이 여리고 보호본능을 일으킨다 느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을린 피부를 싫어하진 않았는데 그렇다고 장점이라 여긴 적은 없었다.


하루는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탔다. 집 앞에 쓰레기를 버리려고 막 씻고 나온 참이었다. 같이 탄 이웃집 아주머니가 나를 보며 첫마디를 뱉었다.

"피부색이 건강해 보이고 참 예쁘다."

세상에, 피부색으로 칭찬을 들은 건 태어나고 처음이라 어벙벙했지만 집에 들어와 자꾸 거울을 들여다보게 됐다.

왠지 정말 활동적인 것처럼 보이고 건강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다음부턴 누가 '까맣다, 탔다' 말하면 "건강해 보이고 좋지." 하는 자부심도 갖게 됐다.

내 피부는 내 색이다. 까맣고 하얀 게 아닌 내 색이라는 걸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얼마나 더 날 사랑해 줬을까 그게 아쉽다.

해사한 피부는 하얗고 얼굴이 곱다랗다의 의미를 가진 건데 언젠가 까맣고 얼굴이 곱다랗다는 단어를 찾아 글을 쓰고 싶다.


해사한 웃음을 지은 적은 옛날부터 있었겠지만 이게 자연스럽고 내 것이 된 지는 얼마 안 된 것 같다고 느낀다. 항상 걱정에 차 있었기에 가면을 쓴웃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러모로 웃음의 재미를 알아버린 난 시도 때도 없이 해사하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웃음이 먼저 여서 행복해졌든, 행복해서 웃음이 나왔든 간에 이제 그게 내 웃음 같다는 사실만은 명확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오늘의 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