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사전

4. 요원하다.

by 성게알
요원하다 : 아득히 멀다.


내 머리는 종종 요원한 기억들을 불러일으킨다. 아빠의 눈물을 본 기억이라던가, 주말 아침, 밥 짓는 소리가 요란한 집에 다복한 우리 가족의 모습이라던가, 새벽에 귀가가 늦는 엄마를 기다리며 울던 때라던가.

기억하려고 하면 뭘 기억하고 싶었는지 기억도 안 나면서 불쑥 찾아와 마음을 적신다.

그 밖에도 요원해진 사람들과, 기억도 안 나는 이름들. 한 때는 꼭 기억하고 싶었던 사람들이 있지만 그것 또한 불쑥 찾아와 줄 때만 생각나는 법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을 생각하면 미안하다.

잊어서 미안하고, 이렇게 멀어져 버려서 미안하고, 그땐 너무 어렸어서 미안하다.

내 지난 과오들이 그렇게 만든 것 같아서 더 마음이 무겁다. 그렇지만 거기서 요원해졌기에 다행인 순간과 사람들도 있다. 아마 모든 인연이 그랬을 테니 멀어져 왔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인연, 인연마다 아쉬워질 거다.


언젠가 헤어진다 사실이, 영원한 건 없다는 진리가 내게 강렬히 박혀 있어서 때론 후회할 것 없이 아껴주었다가, 후회할까 봐 밀어냈다. 아득히 멀어진다는 건 감사한 순간을 만들라는 의미와 아픔을 경험하라는 두 가지 의미를 말하나 보다. 어렸을 때였다면 후자밖에 몰랐을 텐데, 다행히 나이를 한 살씩 붙여갈수록 전자의 의미가 더 크게 보인다. 요원해질 것들이라 더 소중하고, 더 아껴가면서 순간순간을 잘 담아가는 중이다. 거기엔 스스로에 대한 애정과 관심과, 발전도 있다. 요원해질 건 나 주변의 것들만 해당하는 게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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