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힘들다는 것.

이병률 시인의 책을 읽고서

by 성게알

타고나게 마음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은 아니었다. 오히려 거부하고 밀어내야 상처받을 일도 사전에 차단이 된다고 생각했다. 사랑은 한 번 허락하면 언젠가 상처를 받게 되는 어마어마한 것이었으니까.

그런데 언젠가부턴가 표현하고 싶어졌다. 되돌아봤을 때 후회하지 않으려면, 가지고 있는 마음이 아깝지 않으려면 드러내고 인정해야 잘 살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병률 시인의 '바다는 잘 있습니다.' 책을 읽었다. '이 넉넉한 쓸쓸함'이란 시에

우리가 살아 있는 세계는
우리가 살아가야 할 세계와 다를 테니
그때는 사랑이 많은 사람이 되어 만나자
(생략)• • •
과연 우리는 점 하나로 온 것이 맞는지
그러면 산 것인지 버틴 것인지
그 의문마저 쓸쓸해 문득 멈추는 일이 많았으니
서로를 부둥켜안고 지내지 않으면 안 되게 살자

라는 구절 앞에 잠시 알 것도 같았다.

세계가 힘들다는 것.

사람은, 나는 세계가 무지 힘들다는 것.

그래서 쓸쓸해 멈춰본 적이 많았고, 부둥켜 잡고 싶은 것들이 많았나 보다. 자꾸 사랑하고 싶고, 마음이 커져가고, 붙잡고 싶다.

내가 누군가를 더 사랑해 주게 된 때를 생각해 봤다. 그냥 표현하다 보니 늘어난 마음인 줄 알았는데 그 시작의 진짜는 아니었다. 그 사람이 너무 쓸쓸해 보여서. 내가 붙잡지 않으면 메말라 모래처럼 부서져버릴 것 같았다. 그 누군가도 내가 고장난 시계추처럼 멈춰버릴 것 같아 잔뜩 사랑을 퍼부었겠지. 서로를 부둥켜안고 지내지 않으면 안 돼서 그랬나 보다.

가슴이 절절하게 아프다. 그렇기에 더 사랑한다. 누군가를 계속 움직이게 하기 위해 너와 나는 계속해서 사랑하고, 더 많은 정성을 들였다.

세계는 힘들어서 쓸쓸하게 하지만, 함께이게도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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