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사전

5. 긍휼하다.

by 성게알
긍휼하다 : 불쌍히 여겨 돌보아 주다.

긍휼하게 여기는 마음은 언제나 옳고 좋은 마음인 줄만 알았다. 내가 누구에게 그런 마음을 가지는 것도, 누가 내게 가지는 것도 마땅히 감사하게만 받아들여야 하는 신성한 것인 줄 알았다.


부모님이 맞벌이라 티가 났을까, 어렸을 때부터 날 긍휼히 여겨 주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그들의 은혜에 몸 둘 바를 몰랐다. 그러나 부모님 탓을 하며 긍휼한 마음을 베풀다 보니 내겐 자연스레 부모님의 잘못이라는 인식이 생겨버렸다. 그래서 원망도 많이 했던 것 같다. 시간이 더 지나선 그 도움들을 갚아줘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다. 그리곤 그 손길들을 거절하는 것이 죄가 되는 것 같아 마다하지 못하는 횟수가 잦아졌다. 그때가 되면 본인들이 누군가를 긍휼히 여기는 마음이 좋아 베푸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제는 아예 거절을 달고 사는 사람이 돼버린 것 같다. 내가 직접 청하지 않으면 자잘한 도움까지 잦게 거절하며 누군가의 도움이 무서워진 어른으로 자라 버렸다. 그게 모두 내 빚인 것 같아서 되도록 도움을 안 받는 게 좋았다. 그런 것 때문에 서운함도 많이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 이 점을 고쳐보고 싶기도 하다. 가끔은 선의를 선의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내 자신도 분명히 잘못됐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또, 도와주었던 그들의 마음이 잘못됐다는 것도 아니다. 감사하게도 많은 도움을 받으며 살았다. 그리고 사람은 서로 돕고 사는 것이 사람냄새난다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때론 오판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감히 불쌍히 여기고, 감히 도움이 필요하다 여기는 그런 오판 말이다. 그리고 그런 과분한 은혜는 받는 이를 더 괴롭게 할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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