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고 싶은 것들은 잡히지 않았다.
잡힐 것 같은 것들도 잡히지 않았다.
그런 마음을 내려놓았을 때 마침 지나가는 것들만 남았다.
누군가의 사랑을 갈구하고, 우정을 강요하고, 배려를 희망했었다. 내가 완벽한 사람도 아니면서 그런 것을 당연스레 원하는 오만함이 있었다.
내가 좋아한다고 상대도 좋아할 순 없었다. 선의를 베푼다고 상대가 반기지 않을 때도 있었다. 부모의 덕목도 당연한 것이 아니었고, '가족이라면' 응당 그래야 한다는 것도 산산이 부서졌다. 꿈이 크다고 좋은 것도 아니었고, 친구가 많다고 좋은 것도 아니었다.
한 번은, 좋아한다고 여러 번 표현을 해도 받아주지 않아 상처를 입은 고백도 있었고, 남이 베푼 선의에 마음이 무거워지는 스스로를 느끼곤 상대방이 받아들여야 선의가 된다는 것을 알았던 적도 있다. 또,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부모님에게 실망하던 어린 시절도 있었지만 조금 더 커서는 부모 또한 제각각 모습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가족한테 상처를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글을 오래 써보니 그건 내가 만들어낸 이상과 달라 생긴 스스로 만든 상처라는 것도 알았다. 아주 오래 꿔왔던 큰 꿈들은 벗어나면 안 된다는 올가미가 되어 작은 소망들은 볼품없게 만들었고, 친구는 무조건 달려오고 걱정한다고 진짜인 것도 아니었다.
이것들을 참 오래 착각하고 살았다.
욕심을 가질수록 좌절은 더 깊고, 바람이 커질수록 아픔이 컸다. 마음이 힘들길래 안 힘들어 보려고 애를 쓰다 알게 된 사실이 내 생각만 고쳐먹으면 된다는 것. 가장 최상의 것들을 상상해 놓고 그것에 부합하지 못한 모든 것을 욕했다. 그중에 제일 벗어난 것은 그들에겐 나였을지도 모른다. 그냥 있는 그대로들을 사랑해 왔다면 내게 지나가던 것들을 더 많이 곁에 둘 수 있었을까. 원하는 것을 가진다는 건 힘든 일이다. 끊임없이 표현을 해도 받을 수 없는 마음이란 게 있어서 주어도 돌아오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이 그대로여도 좋다는 각오를 했을 때에 내게 진짜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전엔 그것들이 다 실제로 존재하는 것들이라고 믿었다.
이제는 당연하지 않다고 여기고 산다. 두 발로 걷고, 두 눈으로 보고, 듣고, 말하고, 가족이 있고, 건강하고, 친구가 있고, 기회가 있고, 자유가 있고,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이 모든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하자 그냥 내게 존재하는 것 자체가 감사해졌다. 마음도 편해졌다. 다른 사람이 내게 바라는 것도 이제 그 사람의 역할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내가 해야 할 일이 사라졌다. 난 그냥 나로 존재하면 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