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을 보는 날에

by 성게알

귀에 딱지처럼 들은 말.

'사랑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사는 것', '서로를 닮아가는 것'

그래서 내게 없는 모습을 가진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줄 알았다. 그러다 보면 비슷하게 변해가는 건 줄 알았다.

이제까지는 내게 맞는 순간이 나타날 거라고, 그런 사람이 있을 거라고, 운명 같은 퍼즐 조각을 찾아 끼우면 딱하고 맞아떨어지는 짝이 있을 거라 생각해 왔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날이지만 제주도의 돌담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날이었다.

담장을 이루는 돌들을 살펴보다가, 그 간격을 유심히 보다가, 숭숭, 돌 사이로 통하는 바람 소리를 듣는다.

묘하게 알 것 같은 날이었다. 사랑이라는 걸, 관계라는 걸, 마음이라는 걸 알려주고 있는 것 같았다.

퍼즐 같은 사이를 찾으려면 시간을 돌고 돌지도 모른다고. 아마 모든 이의 사랑은 퍼즐이 아니라 돌담 같은 거라고.


사람마다 돌멩이를 몇 개씩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서로 하나씩 쌓아가는 것이 마음이다. 모양도 제각각인 돌인데 똑같은 건 둘은 없어서 딱 맞는 건 찾을 수 없다. 절대 그 틈을 메울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서로의 모들을 깎을 필요 없이 쌓아 올리고, 그렇게 생긴 빈틈을 인정하고, 간격을 유지하며 단단한 돌담을 만들어다. 그것은 관. 여백 사이로 고난과 시련을 내보낼 틈을 만들어 주는 것은 사랑.


그렇게 아웅다웅 어깨를 견주어 숨 쉴틈을 남겨줬어야 했다. 내 것, 네 것을 내어 견고한 담장을 만들어 냈어야 했다. 왜 다른 것이냐고, 왜 맞춰지지 않는 것이냐고 그것을 무너뜨려선 안 됐어야 했다.

이제부턴, 지나간 사람들은 보내고 앞으로 올 내 사람들을 돌담처럼 쌓아가야겠다.

그렇게 너와, 나, 우리를 지킬 수 있는 튼튼한 울타리를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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