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혼자서 깊이 침잠해 있는 시간이 길었다. 그때 몰아쳐 오는 감정들을 처리할 줄 몰라 울다, 속으로 담아내다,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게 자기 연민에 빠져버리는 시간을 가져오기도 했지만 그것 또한 글을 쓰게 만든 요인이 되어 나쁜 결과만은 아니었다.
나는 여간 입을 다무는 사람이라 생각들을 내면에 쌓아갔는데 그 깊은 허무에 빠져 숨이 껄떡거릴 것 같기도 했다.
주변 사람들은 종종 말했다. 어둠을 파고드는 걸 안 했으면 좋겠다고. 혼자 있는 시간을 줄여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난 등에 붙은 질긴 고독이 남들 속에 섞여야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다.
지금은 전혀 다르게 생각한다. 혼자였기 때문에 얻은 것들이 훨씬 많았다.
고요하고 적적함이 다가올 때, 외로움만이 다가오는 줄 알았더니, 그렇게 어둠을 덮쳐올 줄 알았더니. 나 한 사람 들여다보게 하는 힘인 줄 몰랐다. 좀 집중하라고. 가만히 보고, 조용히 들으라는 시간을 준 것이었다.
휘몰아치듯 모든 것에 휩쓸려 갈 뻔했다.
그렇게 시끄러운 소음 속에 마음을 내동댕이 칠 뻔했다. 언제나 그랬다. 시끄러울 땐 외면하다가, 그럴 땐 참다가. 적막이 찾아오면 불현듯 알게 된다. 가장 원하는 것. 그것은 사람의 온기였다가, 각오였다가, 행복이었다.
중학교 3학년 때는 똘똘 뭉친 가족애를 원했다. 대학교 때는 안정, 서울에 상경할 땐 용기였다가, 고향에 돌아올 땐 사랑이었다. 그리고, 사랑을 할 땐 나 자신을 찾고 싶었다. 그건 모두 외로이 보낸 시간들 덕분에 알게 된 사실이었다.
나의 긴 밤이 없으면 어떻게 됐을까.
긴 고독이 없었으면 어떻게 했을까.
차마 알아채지 못하고 사람들 곁을 공허히 맴돌았겠지. 대면하지 못하는 겁 많은 짐승이 되었을 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