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사전

8. 고루하다

by 성게알
고루하다 :
낡은 관념이나 습관에 젖어 고집이 세고, 새로운 것을 잘 받아들이지 아니하다.

고루한 것이 얼마나 최악의 삶의 방식이냐 하면. 겪어봐서 아주 잘 안다.

고루한 시선에 치여 죽여버린 시간들은 산더미처럼 쌓여 마음에 짐짝처럼 쌓인다.

고루한 조부모님과 고루한 부모, 고루한 세상과 고루한 생각.

신사임당 같은 할머니와 과격한 성정을 가지신 할아버지는 차치하고서라도 우리 아빠는 어찌하여 그리도 고루한 사람이었던 건가.

남자는 되고 여자는 안 된다는 믿음이었던 건지 나는 되고 너는 안 된다는 믿음이었던 건지는 모르나 이기적이라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치사했다. 으스댐을 걸친 그 태는 반드시 남루해져야 했다.

근데 더 최악인 건 거기에 한 술 보탠 나라는 사람의 고루함이다.

명절과 제사에 지쳐서 방구석에 숨어버린 엄마의 쪽잠을 나는 어찌하여 처연히 봐줄 수 없었던 걸까. 아빠의 달콤한 낮잠은 어찌 방해하지 않고 숨죽여 걸었던 걸까. 왜 남자의 여가는 자유롭고, 여자의 여가란 집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 걸까.

할머니가 혼자 밥을 하는 모습을 보곤 안쓰러워 냉큼 달려가 난 엄마의 쪽잠을 흔들어 부숴버렸다. 몸에 절어버린 기름내를 채 뺄 새 없이 그녀를 다시 주방으로 밀어 넣어 버렸을 때, 나는 미래가 위험한 어른이 되어 가고 있었다.


머릿속은 가끔 그때로 과거 여행을 한다.

그럼 조용히 엄마가 잠든, 문을 닫고 보초를 서며 내 죄를 씻는다.

고루한 사상은 어찌 그리 위험한가. 고루한 자 옆에 고루한 자, 고루한 자 밑에 고루한 자.

고루한 자 밑에 고루한 아이.

가릴 것 없이 물들고야 마는 위험한 전염병 같은 끔찍한 것.

내가 이토록 중간에 서고 싶은 사람이 된 건 여자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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