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젓하다 : 매우 홀가분하여 쓸쓸하고 외롭다.
외로움을 알며 자라왔다고 생각했다. 그게 외로움이 아닐 리가 없었다. 누군가의 시선이 목마르고,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꽉 찬 내면에 시끄러워 잠 못 들기 일쑤였다. 나의 눈물을 갉아먹으며 보내온 시간들이 길어서 더 이상은 그렇게 지낼 수 없다고 마음먹을 때, 이제 웃지 않으면 세상은 내게 가혹한 거라고 분해질 때, 이 정도면 감당 가능하다며 원하는 것들이 점차 소박해져 갔다. 괜찮을 땐 남들보다 어른스러운 마음가짐이라며 으쓱하다가도 힘들 땐 왜 이렇게 바라는 것이 없는지 서글퍼지기도 했다.
생각이 마음을 만드는 거라고. 내가 괜찮다면 그런 거니 정말 잘 살고 있다고 믿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행복해졌다. 외로움은 다시 불행해질 때만 찾아오는 거라고 안일했다. 코로나가 터졌을 때 직장도, 만남도, 사람도 잃고서 집에만 박히고 나니 진짜로 단절됐을 때의 외로움을 알았고, 옆 집의 현관문 닫히는 소리에 일을 하고 왔을까, 친구를 만나고 왔을까, 그 사람의 하루가 부러웠다. 사람의 말소리가 필요해서 집 창문을 모조리 열어놓고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고서도 채워지지가 않아 괜히 물 한 병을 사러 집 앞 슈퍼에 가서 생뚱맞은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온전히 나 한 사람을 인정하기 시작했을 땐, 나의 오래된 자기 연민과, 부정적 사고방식을 모조리 뜯어고치고 보다 나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젓했다.
구애받을 것 없는 자유로움으로 훌쩍 떠나왔는데 호젓했다. 그 구애 없는 가벼움이 슬퍼져 또다시 외로워져 버렸다.
나의 땅이 도대체 어딘지 모르겠다. 어디에 뿌리를 내려야 하는지. 어딘가에 정착할 수 있는 사람은 맞을지. 평생 이렇게 두 발을 땅에 딛지 못한 채로 떠다니는 삶을 살까 봐 두려워져 버렸다.
외로움은 행복해도, 함께해도 찾아왔다. 나의 외로움엔 끝이 없었다. 그래서 그다음에 올 외로움이 꽤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