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끝내지 않고

by 성게알

긴 도망이 끝나고 다시 사랑 앞에 붙잡혀왔다. 그는 나를 사랑 앞으로 데려가 이따금 겁을 줬다.
진심으로 나를 사랑하면 너를 사랑하는 일 따위 일도 아닐 줄 알았는데, 그것과 그것은 별개인 일.
겁 없이 뛰어드는 면모가 나에게도 있다고, 마음만 먹으면 한 번에 다이빙을 해서 수심깊이 넓은 파동을 남길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이상과 현실이 달라 고작 1센티 방지턱에 올라서 무서움을 떠는 정도.

말은 곧이곧대로 듣자고 되뇌면서 행동은 그럴 줄을 몰라서 머릿속엔 온통 그 언저리에 있을 모든 상상을 한다.
너는 차가웠다, 따뜻했다. 모질었다, 다정하다.

하나 그것은 대부분 내가 만든 감정이었다.

주춤 경계하는 것은 그만두자며 장막 없이 널 들여다보려고 한다.
그 입가 끝에 내가 걸려있고, 그 눈에 진심이 담겨있고, 그 손끝에 용기가 담겨있다고 의심 없이 지켜봐야 한다.
혜안에 도달하지 못한 난 고작 용기내야겠지만 언젠가 그것이 꼬이지 않고 우릴 만들 거라고 믿으며. 널 그대로 바라보기로 마음먹었다.


이렇게 깊어져 사랑으로 나아가길 각오했다.

용기 내는 것 되도록 미뤄보려고 했건만 다시 그 앞에 서는 것은 나의 의지가 아니다. 그러나 나아가는 것은 내게 달린 일. 이번에도 한 번만 속아보자고, 아니, 믿어보자고.
사랑, 사랑. 끝도 없이 찬양을 하면 원 없어질 줄 알며 쓰는 이야기에도 숨기고 싶은 사랑은 있는 법이었다. 그러나 난 끝도 없는 사랑의 끝에 도달해봐야 하는 사람이기에 사랑, 사랑에 또 뛰어들어 얘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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