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은 큰 집이 아니라 질문하는 힘이었다
요즘 부동산 시장 소식을 듣다 보면,
여기저기서 이런 이야기가 들려온다.
“좋은 학군이라서요.”
“전철역이 들어서고 입지가 최고에요.”
“대단지니까, 대장 아파트가 되겠죠.”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며
무거운 대출을 감수하고, 긴 장기전을 감내한다.
그리고 말한다.
“어차피 아이 교육은 저런 곳에서 시켜야 하잖아요.”
나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겉으로는 공감하지만,
속으로는 조용한 물음 하나를 꺼내본다.
‘우리는 정말,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그리고 문득,
요즘 현실적인 또 하나의 풍경이 떠오른다.
아이 한 명당 한 달에 2~300만원씩
사교육비로 흘러나가는 가정이 많다.
(비싼 동네는 3~400만원 이상도 물론)
하지만 그만큼 부모의 노후 준비는 점점 밀려나 있다.
‘지금은 아이가 우선이지’라는 마음으로,
노후 자금은 뒤로 미루고,
학원비와 대출 갚는 데 급급한 날들이 반복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보통 가정의 남는 건
대출이 섞여있을 수도 있는 부동산 한 채,
그리고 은퇴 후에도
건강보험료와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해
다시 일터로 나가는 부모의 뒷모습뿐이다.
(모두 가능케 하고 크게 무리 없는,
100억대 이상의 가정을 말하고 있는 게 아니다
보통 20억대 이하의 가정을 말하고 있다)
그들의 선택이 틀렸다고 말하고 싶진 않다.
어쩌면 그것이 지금 사회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길이니까.
다만, 그 길의 끝이 행복이 아닐 수도 있고
좀 더 건강한 다른 방향의 길도 있다는 걸
알려 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은퇴 후에는
억지로 나가야 하는 원하지 않는 일터 말고,
행복한 루틴 안의
하고 싶은 것들의 놀이터로 나가길 바란다.
서울 강남권이든, 어디든,
그 ‘좋은 학군’이라는 말 안에는
수많은 시간의 포기가 숨어 있다.
누군가의 초등학생 아이는
아침 일찍부터 밤 12시까지,
자신이 원하지 않은 하루를 살아낸다.
(물론 원할수도 있다, 보통 아이들을 말해본다)
수학 문제지 앞에서 눈을 비비고,
영어 회화 녹음 파일을 들으며 졸다 깨어
또 다른 학원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 아이의 하루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사라진다.
감정의 여백은 줄어든다.
글을 쓰고,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문득 이런 상상을 해본다.
한 아이가 있다.
그 아이는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부모와 함께 산책을 나간다.
길가에 핀 꽃을 보며
“왜 어떤 꽃은 향기가 없을까?”라고 묻는다.
그 질문에서 대화가 시작되고,
부모는 아이의 질문을 소중히 여긴다.
그 아이는 일주일에 한 번,
좋아하는 책을 골라 읽고
그 책에 대한 생각을 글로 적는다.
그리고 그 글을 부모에게 조심스레 보여준다.
서툴지만, 세상을 해석하려는
작은 철학자가 되어가는 시간이다.
(보통 꽉 채워진 스케줄에서 아이의 멍 때리는 시간은
쓸모없다 생각할 텐데, 난 멍 때리는 시간도 함께 갖고 싶다)
나는 지금,
질문하는 아이, 읽는 아이, 쓰는 아이를 키우고 싶다.
그리고 그 시간들을 가능케 하는
시간의 여유를 주기 위해
나는 부모로서 ‘다른 선택’을 하고 있다.
어느 무엇보다 먼저
독서와 사유, 금융에 대한 기초 이해,
그리고 자산이 스스로 자라는 구조를 알려주고 싶다.
부동산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 대신,
작은 씨앗처럼 뿌려둔 ETF의 배당금,
시스템 사업의 고요한 현금흐름,
연금 계좌 속 묵직한 시간들이
아이들의 미래에 ‘덜 헐떡이는 삶’을 가능케 하길 바란다.
물론, 이 길이 정답은 아니다.
다만, 이 길도 있다는 것은
누군가는 꼭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집 한 채로 삶이 고정되는 구조보다,
시간이 흘러도 유연한 구조를 택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시간을 버는 삶’을 선택했다.
결국,
아이들에게 가장 물려주고 싶은 건
큰 집도, 높은 점수도 아니었다.
“질문하고 생각하는 힘”
“자기만의 삶을 디자인할 용기”
그리고
“헐떡이지 않아도 되는 시간”
아이들이 사는 삶이
세상의 레이스에 끌려가는 쳇바퀴가 아니라,
스스로 길을 만들어가는 고요한 여정이 되기를 바라며.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용히,
아이가 웃을 수 있는 하루를 먼저 생각해 본다.
그리고 그런 하루를 가능케 하는 부모가 되기 위해,
나 또한 질문을 놓지 않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