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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숙희 Apr 24. 2018

낙소스, 그리스(Naxos, GREECE)

디오니소스가 신혼살림 했던 섬

그리스 반도의 동쪽 바다 에게해에는 산토리니, 미코노스, 크레타, 로도스 등 천국이라는 단어와 치환해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낭만의 섬들이 떠다닌다. 낙소스섬도 그 중 하나다.

낙소스 섬의 전경


낙소스는 아테네 피레우스 항구에서 배를 타고 약 5시간 거리다. 그리스는 전세계 해운업의 1위로, 유럽에서 가장 큰 항구 피레우스 항구에는 주변의 건물들을 간단히 압도해버리는 엄청나게 커다란 배들이 크레타, 산토리니 등을 갑니다 전광판을 번쩍이며 기다리고 있다. 나는 낙소스행 편도 티켓을 36유로에 현장 구매했다.


낙소스로 가기 전 중간 기착지 시로스syros섬에 정박한 배. 배가 얼마나 큰지는 뒤에 보이는 건물들과 비교해보자



낙소스 섬 항구의 풍경


낙소스는 디오니소스와 아리아드네의 사랑이야기가 있는 섬이다.
아리아드네는 크레타섬의 공주였다. 크레타섬에는 한 번 들어가면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미궁이 있었고, 그 안에는  머리는 황소 몸은 인간인 괴물 미노타우루스가 살았다. 이 괴물을 가두기 위해 미노스왕이 천재과학자 다이달로스에게 지시하여 미궁을 설계했다.

아테네는 미노타우루스의 먹이로 매년 아테네의 소년소녀 아홉명을 뽑아다 크레타로 보내야했는데, 이걸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던 아테네의 왕자 테세우스는 자신이 직접 제물로 들어가 괴물을 죽이고 돌아오겠노라, 살아 돌아오면 흰 돛을, 죽어 돌아오면 붉은 돛을 달고 오겠노라 아버지 아에게우스 왕에게 약속을하고 크레타로 떠난다.


테세우스가 크레타에 도착하자 크레타의 공주 아리아드네는 그에게 홀딱 반해버렸고, 다이달로스를 졸라 미궁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올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실타래를 풀며 들어가는 것!

을 알아내어 테세우스에게 실타래를 몰래 건네준다.


Naxian salad. 내가 그리스에서 가장 사랑하는 음식. 깍둑썰기한 토마토에, 그 지역에서 나는 치즈 그리고 드레싱은 신선한 올리브유!

낙소스섬에 도착해 먹은 첫 식사. 
그리스에서는 어딜 가나 그 지역의 이름을 딴 샐러드가 있는데 보통은
「토마토 + 오이+ 양파+ 올리브 +오레가노+그 지역에서 만드는 치즈, 그리고 올리브유」
제일 유명한게 크레타 섬 샐러드인 크레탄 샐러드.

원래 오이도 들어가는데, 나는 오이 싫어해서 매번 오이를 빼달라고 주문한다. 오이 대신 토마토를 더 넣어줘! 하고
그리스 바다랑 가장 잘 어울리는 맛이다.


빛나는 바다, 투명한 에게해, 낙소스 섬의 바다


아리아드네의 도움 덕에 테세우스는 미노타우루스도 죽이고 미궁도 탈출하여, 미노스 왕 몰래 아리아드네를 데리고 크레타를 빠져나오게 되는데 아테네로 돌아가는 중 낙소스 섬에서 쉬게된다. 그리고 꿈 속에서 디오니소스에게 '아리아드네를 두고가거라'라는 전언을 듣고는 아리아드네를 낙소스에 두고 몰래 아테네로 돌아갔고 낙소스섬에 남겨진 아리아드네는 디오니소스와 결혼했다는 이야기.

디오니소스와 아리아드네의 신혼 생활이 있었던 섬. 이런데서 신혼 생활이라니...깨가 쏟아졌을 듯


영화 <인셉션>에서 꿈을 설계하는 역할로 아리아드네 라는 이름의 인물이 등장한다.


후일담으로 테세우스가 아테네로 돌아가는 중 해적을 만나 싸우다가 하얀 돛이 붉은 피로 물들었고 이걸 미처 신경쓰지 못한 테세우스는 붉은 돛을 휘날리며 아테네로 들어갔다. 이 붉은 돛을 보고 아들이 죽었다고 생각한 아테네의 왕 아에게우스는 그대로 바다에 몸을 던져 자살했고, 이 바다는 아에게우스의 이름을 따서 에게해가 되었다.

그리스 여행은 참말로 신화따라 삼천리다.


2018년 4월 7일 낙소스

 

둘째 날은 날씨가 흐렸다.

도착 한 날에는 사람 마음 붕붕뜨게 만드는 햇살이 내리쬐더니 둘째날은 스산한 날씨가 됐다.

카톨릭 부활절보다 일주일 늦은 정교회의 부활절( 2018년 4월 8일 일요일) 이틀 전인 금요일, 마지막 고난 주간이었는데

그리스는 늘 부활절을 앞두고 이렇게 돌연 날씨가 흐려진다고 한다. 정말 날씨마저도 신성으로 가득한 나라.



낙소스 항구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작은 해변


4월 초라 아직 물에 들어가긴 서늘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에 들어가 수영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여긴 세상에 해변가에서 한참을 걸어나가도 물이 허리까지 밖에 안 오더라

나도 너무 들어가고 싶었는데, 나에겐 너무 추운 날씨였다. 사실 못 들어갈 걸 알면서도 아쉬운 마음에 수영복은 챙겨왔다.


버스를 타고 섬을 오를수록 나이 많은 올리브 나무들과 키 큰 나무를 키워내지 못하는 돌산들이 보였다.
아피라쏘스 라고 마을 이름을 표시해놓은 팻말이 버려져있다.

항구 바로 앞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편도 2.30유로를 내고 티켓을 사면,

낙소스 섬 여기저기 있는 작은 마을들로 갈 수 있다.

버스가 하루에 많아야 4편 정도?

다들 고만고만하게 생겼을 것 같아서 어느 마을을 가볼까 버스 타기 직전까지 고민했는데

마침 버스 정류장에서 말을 걸어준 개양아치같은 남자가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아피라쏘스 를 추천해주었다. 생긴게 완전 폭주족인데,  헤어지면서 자기 명함을 건네주길래 받아서 봤더니, 아무리 봐도 이게 뭔 명함인지 모르겠어서 여기가 뭘 파는 곳이니? 물었더니, Guns 라고 대답해서 쫄았다.


이게 그 명함. Real guns? Yes,real guns. Oh....   이런 대화가 오고갔다. 나는 진짜 쫄았었다.



버스를 타고 40분을 넘게 굽이굽이 올라 도착한 아피라쏘스 마을


아래서 있을때만 해도 전형적인 그리스섬마을 같더니, 여기 올라오니 돌연 대리석의 나라다운 풍경이 펼쳐졌다.

(전 세계 대리석 중 7%는 그리스산이며, 그리스 영토의 약 80%는 대리석,석회암, 알루미늄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름 높은데 왔다고 띵한 머리를 프레도 에스프레소 한 잔과 함께 진정시키고,

여기서 막차를 놓치면 끝이라는 비장한 마음으로 풍경을 바라보다가, 13.45분 마을에서 출발해 항구로 내려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를 타며 티켓을 어디서 사니? 물어보니

Μετα! (메따, 나중에) 라고 대답하기에

일단 탔다. 오분인가 가서 어디에 멈추더니

여기서 티켓 사면돼! 하길래 후다닥 내려 티켓을 사고 다시 탔다.  버스가 저렇게 기다려준다. 티켓은 3.5유로였고 사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디서 티켓을 산거지



낙소스 섬의 야경


아직 하루가 더 남았다.

부활절의 아침을 낙소스섬에서 보내고 아테네로 돌아간다. 낙소스 여행기 1편 여기서 끝.

지금은 아피라소스Απείραθος 마을에서 버스를 타고 빙글빙글 산길을 돌아 내려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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