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이나 추자고
사람들은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사람을 만나 환멸을 견디거나, 환멸을 견디지 못하고 혼자서 외로움을 견디거나. 둘 중에 더 견딜만한 것을 선택해서 견딘다. 은희경 작가의 소설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에서 읽은 내용이다. 소설 속 주인공 진희는 사랑에 대한 냉소를 기본 태도로 끊임없이 사랑을 찾아나선다. 계속해서 사랑을 찾아나서지만, 사랑이 나를 너무 힘들게 할까봐 늘 여러명의 애인을 두고 균형감, 냉소를 유지한다. 사람을 사랑하면서 느끼는 환멸과, 사람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느끼는 외로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견디는 거라고 해놓고 정작 본인은 그 두개의 감정을 다 피해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두 개의 감정을 동시에 느끼고 사는 것 같아 보였지만
상대의 절절한 사랑 고백을 보면서는, 그가 사랑에 대해 가지는 환상, 순애보, 순결, 순진성 같은 것들을 실현하는 알맞은 도구로 내가 있을 뿐, 특별히 나여서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라는 감상으로 감상한다. 상대가 나를 만나며 겪는 감정의 격정들을 모두 그 자신의 모순적인 성격 혹은 결핍에서 비롯된 감정으로 해석하고, 나를 향해 곧바로 오는 마음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계속해서 애인을 만드는 진희의 모순에 공감했다. 나 또한 진정한 타인을 위한 사랑은 없다고 생각하므로. 모든 사랑은 자기 자신의 어떤 면과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나의 결핍일 수도 있고, 나의 자랑스러운 면일 수도 있고.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은 나와 아주 반대인 사람일 수도 있고 나와 아주 닮은 사람일 수도 있다. 그리하여 타인과의 사랑은 나 자신을 잘 사랑하게 될 때 안정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타인을 구원하는 것이 나를 구원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말도, 타인에게서 발견하는 나의 어떤 모습을 구원하는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나는 이렇게 어려운 관계과 감정들이 무거워서 휘청거리고, 내가 이 우주에서 얼마나 어이없을만큼 아무것도 아닌가, 삶은 얼마나 짧은가, 모든게 한순간에 가벼워져서 또 휘청거린다. "사람은 다른 사람이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타인의 시선을 통해서만 정의되며, 내가 정의하는 나 자신은 중요하지 않다. 사람은 오직 타인의 시선안에서만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라는 말에 크게 공감하면서도, 나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애써야 타인의 시선 속에 있을 수 있다는 모순 속에서 또또 휘청거린다.
요즘엔 이렇게 어려운 생각은 많이 안하려고 한다. 머리가 너무 아프니까...
그리고 이런 생각들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웃음을 잃어버리는데, 웃음을 잃어버리면 모든게 끝이다.
인생이 무겁던 말던 그냥 모든게 끝나버린다. 인생이 의미가 있거나 말거나 내 인생의 끝을 주체적이고 밝은 태도로 맞이하고 싶으므로, 저런 복잡한 생각은 적당히 하고 가벼운 태도와 유머를 잃지 않도록 유의해야겠다.
주말에 친구들과 소풍을 가서 백일장을 하고 메인댄서 선발전을 하기로했다.
나는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글같은 인생을 살고 싶다. 생에 대한 철학적인 고뇌를 실컷 한 뒤에 모두 시궁창에 쳐박아버리고 그냥 춤추는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