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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환 Mar 25. 2023

사랑의 의미

이상적인 사랑이라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여러모로 굉장한 일인 것 같다. 서로 모르고 지낸 시간에 비해 사랑에 빠지는 시간은 터무니없이 짧기 때문이다. 얼핏 생각해 보면 무척 무모한 행동이다. 하지만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만큼은 머리로 생각하는 게 아닌 마음이 생각하는 대로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마음이 움직여서 하는 사랑은 무모하고, 무모한 사랑은 그제야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그럼 마음이 움직이는 사랑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 나 역시도 마음이 여러 번 움직였던 적이 있었지만 번번이 내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끊임없이 이동하는 유목민 같은 삶을 사는 내게 한 곳에 뿌리내리고 오랜 시간에 걸쳐 단 한 사람과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여유가 없었다. 만일 그 마음이 서로에게 닿는다 하더라도, 닿는 데까지 걸린 시간이 짧았을수록 서로 닿아있는 시간 또한 오래가지 못했다. 사랑에 빠지는 시간이 짧았을수록 사랑을 하는 시간 또한 짧았다. 누가 유목민 아니랄까 봐 마음도 정착하지를 못한다. 


정처 없이 떠돌던 나의 마음을 생각해 보면서 문득 시간과 장소에 구속받지 않는 사랑이 있다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결실을 맺지 못하고 시든 채 부서져버린 과거의 마음 조각들을 주워모은 후 설렘의 불씨를 상상 속에서나마 되살려보았다. 아마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랑의 의미를 글로 표현한다면 아래와 같을 것이다. 



이 순간만큼은 우리의 세계만 존재해

어떠한 결핍도 우리 사이를 부정할 수 없어


아득해지는 느낌이 들면 나를 잡아

시간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영원의 테두리로 데려다줄게


여태껏 흘렸던 눈물은 감정의 물결이 되어

낙담의 어둠 속, 표류하는 생각의 조각들을 모아

서로를 잇는 징검다리를 이룰 테니


신발끈 단단히 매어놔

행여나 풀린 끈 밟고 넘어져 끝없는 심연으로 추락하지 않게


그러니 아래는 쳐다보지 말고 널 보는 나를 봐

우리가 이룬 세계에서는 우리가 곧 정답이잖아


내딛는 발아래 복잡한 생각들은 서로를 향한 믿음이 되면서

다소 서툰 서로가 믿기지 않게 아름다워 보이는

뜻밖의 감정을 발견하게 돼


이 순간이 쉽게 꺼지지 않게 각자의 흐름에 맡겨둔 채

언젠가 다시 찰나의 순간이 되어 우리를 더욱 우리답게 해 주기를


난 네가 너무 좋아

불확실의 연속인 나의 삶에서 그것만큼은 분명해


너와 함께 있으면

나를 구성하던 기존의 틀이 무너지고 너라는 세상의 문이 열리면서

나의 존재가 확장되는 걸 느껴


넌 내게 있어 또 다른 하나의 세계야

그곳에서 난 가식적인 기후에 벌벌 떨 일도 없고

실망과 멸시로부터 위협받지 않아


정직에 나를 맡기고 잔잔한 공기의 흐름에 파묻혀

그저 주어진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행복이 넘실대는 하루의 끝자락에 걸터앉아

내가 소속된 너의 세계에서 완전함을 만끽하는

덧없이 행복한 내가 있을 뿐이야


삶은 그 자체로 문제이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서 의미를 찾는 내게

수수께끼 같은 너만의 세계에서 맘껏 헤매며 정답을 찾고 싶다


결국 내게 있어 사랑이란 두 사람의 마음이 닿아 평생을 약속하는 순간인 것 같다.


이런 아름다운 사랑의 결실은 결혼이나 자식을 낳는 것이 아닌, 서로의 마음이 유한한 인간의 삶을 초월한 평생에 닿는 순간이라고 생각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그 순간을 맞이하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겪어낼 아픔을 기꺼이 인내하려는 사람들이 줄어든 것 같다. 연애하는 사람들은 많아졌는데 사랑하는 사람들은 줄어든 것 같다. 아픔이 두려워 선뜻 마음을 열지 못하는 사람들이 용기를 얻고, 겉으로 보이는 외적인 사랑에서 머무는 것이 아닌 내적인 사랑에 닿을 수 있을 때까지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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