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자전거를 장만하고 나니 자전거를 정기적으로 꾸준히 타고 싶어 졌다. 아이들 낮잠 시간에만 타기에는 여러 가지 변수가 들어맞아야만 가능했기에 지속적인 라이딩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시도한 것이 주말 새벽 라이딩이었다. 아침 6시 반에 나가 9시 반까지 돌아오는 일정.
모든 운동은 혼자 하는 것보다 여럿이 함께 하는 것이 즐겁고 또 계속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집이 가깝고 친하게 자주 만나는 후배 하나가 이미 라이딩을 즐기고 있었고 나의 새벽 라이딩 제안에 선뜻 동참을 했다. '함께'라는 정족수가 채워져 새벽 라이딩이 성사된 것이다. 거기에 또 다른 친구 하나를 꼬드겨서 합류시켰다.
이렇게 모인 3명은 첫 라이딩으로 집에서 정자역까지 왕복 24km를 달렸다. 터닝 지점에서 이른 아침 문 연 카페를 찾아 커피를 한 잔 하며 잠깐 휴식을 취하고 집 근처로 다시 돌아와 아침식사를 같이 했다. 식사가 나오길 기다리는 나와 친구는 기진맥진해 있었다. 고작 24km 달렸을 뿐인데. 역시나 라이딩이 생활화돼 있는 후배는 지친 기색 하나 없이 밝은 모습으로 우리를 바라보며 다음에는 좀 더 거리를 늘리자며 웃으며 제안했다.
첫 라이딩 이후 같은 아파트 사는 후배까지 합류하여 라이딩 멤버는 4명이 되었고 비가 오거나 미세먼지가 많이 좋지 않은 날을 제외하곤 주말 라이딩을 함께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라이딩 중 페달을 밟을 때 자전거 체인이 튀는 현상이 발생했다. 힘껏 페달을 밟으면 그 힘이 톱니바퀴(크랭크와 스프라켓)에 그대로 전달돼야 하는데 뒤 톱니바퀴(스프라켓)에서 체인이 힘을 전달하지 못하고 '텅텅'하고 미끄러지는 것이었다.
새로운 자전거를 구입하면서 정비 꿈나무가 되고자 하는 '꿈'은 고이 접기로 했기에 집 근처 새로 생긴 자전거 점에 수리를 맡기고자 방문했다. 정비 견적은 대략 11만 원. 스프라켓과 체인을 모두 갈아야 한다고 했다. 사전에 부품 가격이나 수리비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 견적이 적당한 금액인지 판단할 길이 없어 마음이 불편했지만 그냥 편하게 자전거 타고 싶은 마음에 개의치 않기로 했다. 그런데 자전거 부품 역시 코로나 19로 인해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주문하고 며칠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갈등이 시작됐다. 집에 가서 다시 알아보고 올까? 편하게 맡기고 말까? 설명이 논리적이지 않고 대충 에둘러 말하는 사장님 태도에 믿음이 가지 않아 우선은 집으로 향했다.
새로운 걸 알아보고 공부하는 것이 매우 귀찮아서 하기 싫었지만 결국 공부를 시작했다.
교체를 위해 구입한 코그 1,2번
내 자전거의 스프라켓은 문제가 되는 가장 작은 톱니바퀴와 바로 위 톱니바퀴(이하 코그) 2개가 분리 가능한 제품이었다. 즉 스프라켓 전체를 교체할 필요가 없고 코그만 바꿔주면 되는 거였다. 체인은 이 코그를 교체하고 난 뒤에도 문제가 생기면 그때 알아보기로 하고 교체 가능한 코그를 열심히 찾았다. 딱 맞는 부품이 없어서 호환이 가능한 윗등급의 제품을 주문했다. 문제는 스프라켓 분해과정인데 이 작업은 장비 없이는 불가능했다. 그래서 스프라켓 분리 공구도 함께 구매해야 했다. 코그 2개 가격 11,800원, 스프라켓 분리 공구 38,000원 총 약 5만 원을 투자했다.
스프라켓 분리 공구
코그와 분리 공구를 구입하고서도 작업에 착수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조금 필요했다. 구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자전거를 망가뜨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자가정비를 주저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었다. 그런 이유로 필요한 도구와 부품이 다 준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몇 번은 그냥 라이딩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체인 문제를 두고 볼 수 없어 크게 마음을 먹고 작업에 착수했다.
뒷바퀴가 탈거된 자전거
먼저 뒷바퀴 분리. 퀵 릴리즈(Quick Release, QR) 레버가 있어 바퀴 탈거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체인을 조심스럽게 치우고 뒷바퀴를 완전히 빼냈다. 그다음은 뒷바퀴에서 스프라켓을 분해하는 작업이 필요했는데 사실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두려운 작업이었다.
스프라켓 분리
이 두 장비를 양손에 잡고 반대방향으로 강한 힘을 주어 밀어내야 했다. 겁이 나서 제대로 힘을 주지 못해 처음 몇 번은 실패했다. 심호흡을 하고 큰 마음을 먹고 최대의 힘을 순간 주었다. 뭔가 망가진 것만 같은 소리가 '드드득'하고 들려 적잖이 놀랐지만 결과적으로 분리에 성공했다.
기존 코그
스프라켓에서 문제가 되었던 가장 작은 코그와 예방 정비 차원에서 2번째 코그까지 새로운 코그로 교체를 했다. 스프라켓은 기름때 제거에 탁월한 전문 클리너로 세척을 했다.
분해 후 세척된 스프라켓
시커먼 때를 뒤집어썼던 스프라켓이 깨끗한 모습을 보니 내 마음의 때도 같이 쓸려나간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기분이 좋아졌다.
스프라켓 재조립
스프라켓을 조립할 때는 분리할 때 사용했던 도구 중에 하나만 사용을 하면 된다. 사실 조일 때 정확하게 가해져야 하는 힘의 크기가 정해져 있는데 그걸 위해서는 또 다른 도구를 구입해야 했기에 그저 감으로 망가지지 않을 정도와 풀리지 않을 정도의 사이를 적당한 감으로 조여야 했다.
코그 교체 후 재조립 완료한 스프라켓
스프라켓을 조이고 뒷바퀴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여기까지 마치자 그제야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망가뜨리지 않았구나. 내가 해냈구나!'
이제는 뒷바퀴를 자전거에 다시 장착하는 일만 남았는데 그렇게 어려운 과정은 아니었다.
체인 윤활
뒷바퀴까지 조립을 끝마치고서 기어 변속, 제동 등 정상작동이 되는지 확인 과정을 진행했다. 모든 것이 다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체인 또한 세척제로 온갖 때를 닦아낸 후 매우 상쾌한 기분으로 윤활제를 발라줬다. 이제는 동네 한 바퀴를 돌 차례였다.
문제가 됐던 체인 튐 현상이 과연 사라졌을까?
문제가 계속된다면 새로운 부품(체인)과 새로운 도구(체인 분리 공구)를 추가로 사서 다시 유튜브를 통해 공부를 하고 체인을 교체해야 했다.
하지만 너무도 다행스럽게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체인 튐 현상은 사라졌다.
스스로 배우고 익혀서 과잉수리를 '당하지' 않았고 금액도 6만 원이나 아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자전거 정비 기술을 하나 터득할 수 있었다. 삶의 작은 성취감이 나의 자존감을 높여 준다. 체인을 교체해야 할 때쯤 자전거 정비 3편을 쓰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