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형 작가와 출판형 작가의 다른 게임
브런치라는 플랫폼은 달콤하다. 글을 올리자마자 숫자가 찍힌다. 라이킷이 늘고 구독자가 붙는다. "조회수가 0000을 돌파했습니다!"라는 알림은 작가의 도파민을 터뜨린다. 그 숫자들이 쌓여 상당한 수준의 구독자를 모으면, 바로 '출간'이라는 다음 단계를 꿈꾸게 된다.
여기까지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실제로 많은 작가가 플랫폼에서 시작해 출판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플랫폼에서의 인기 = 출판 경쟁력’이라는 공식이 그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플랫폼형 글쓰기와 출판형 글쓰기는 설계도부터 다른 별개의 게임이다. 둘 중 어느 것이 더 낫고 못하다의 문제가 아니라, 작동하는 규칙 자체가 다르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플랫폼의 스타가 서점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를 맞을 수도 있다.
플랫폼형 글쓰기의 핵심은 즉각적 반응이다. 독자는 스마트폰 화면을 엄지로 빠르게 올리며 글을 소비한다. 1초의 찰나에 시선을 붙잡아야 하고, 마지막 문장을 읽었을 때 즉시 라이킷을 누를 명분을 주어야 한다. 이렇게 보면 플랫폼형 글쓰기는 생각보다 정교한 기술이다. 짧은 시간 안에 독자의 감정에 닿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사용되는 전략은 대개 두 가지다. 보편적 공감이거나, 강렬한 감정의 표현이거나. 그래서 브런치 메인에는 늘 비슷한 소재들이 반복된다. 브런치 작가들 사이에서 농담처럼 회자되는 ‘브런치 4대 키워드’ - 이혼, 퇴사, 질병, 여행 - 같은 이야기들이다. 여기에 힐링과 공감의 메시지, 혹은 당장 인생이 바뀔 것 같은 자기 계발의 금언들이 덧붙는다. 이런 글들은 독자의 결핍을 건드려 "맞아, 내 마음이 이래"라는 동의를 얻어내는 데 탁월하다.
하지만 플랫폼형 글쓰기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는다. 바로 휘발성이다. 공감은 뜨겁지만 금세 식는다. 오늘 나를 울린 에세이는 내일 올라온 또 다른 고통의 서사에 밀려 빛이 바랜다. 글이 구조보다는 감정에, 지속성보다는 자극에 기대서 생기는 일이다.
반면 출판형 작가의 문법은 전혀 다르다. 책은 한 편이 아니라, 수십 편의 글이 하나의 단단한 논리적 골조로 연결된 건축물이다. 독자는 단순히 공감만 사려고 책값 22,000원을 지불하지 않는다. 그들은 작가가 구축한 지식의 구조와 사유의 고유성을 산다.
따라서 출판형 글쓰기는 이런 질문들을 피할 수 없다. 책의 각 장은 논리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완결된 결론을 향하는가? 이 글은 독립된 사유의 구조를 만들어내는가? 그리고 그 메시지가 1년 뒤, 5년 뒤에도 읽힐 만한 보편성을 갖는가?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글은 플랫폼에서 인기가 없을 때가 많다. 논리가 촘촘할수록 글은 무거워지고, 무거운 글은 스마트폰 화면에서 오래 붙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플랫폼에서 잘 읽히는 글과 책으로 읽히는 글의 호흡은 다르다.
흥미로운 점은 대부분의 플랫폼 작가가 결국 출판을 목표로 삼는다는 사실이다. 처음에는 그저 글을 쓰기 시작한다.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서, 혹은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싶어서. 그러다 어느 순간 숫자가 붙기 시작한다. 조회, 라이킷, 구독자. 그 숫자들은 작가에게 내 글이 읽히고 있다는 생생한 감각을 준다.
하지만 플랫폼의 숫자는 동시에 어떤 결핍도 만들어낸다. 라이킷이 많아도 글은 하루 만에 피드 아래로 사라진다. 수천, 수만 명이 읽었다고 하지만 그 흔적은 어디에도 남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작가가 어느 순간 이렇게 생각한다. “이 글이 책으로 묶이면 좋겠다.” 책은 플랫폼이 주지 못하는 세 가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지속성, 물성, 그리고 권위.
플랫폼의 글은 흘러가지만, 책은 서가에 남는다. 플랫폼 작가들이 출판을 꿈꾸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플랫폼의 문법에 익숙해진 작가가 출판 시장에 도전할 때 발생한다. 수천 개의 라이킷에 도취된 작가는 자신의 글이 이미 완성되었다고 믿는다. 그러나 출판사 편집자의 눈에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 플랫폼에서 인기를 얻는 글의 상당수는 공감형 에세이나 자기 계발의 문장이다. 읽기 쉽고 감정에 바로 닿는다. 플랫폼에서는 이 방식이 매우 효과적이다. 하지만 바로 그 특성이 책에서는 한계를 드러낸다. 공감은 강해도 구조가 얕기 때문이다. 한 편의 글로는 충분히 울림이 있을 수 있지만, 그 방식으로 한 권의 책을 지탱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플랫폼에서 터지는 글들을 모으면 이런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비슷한 감정과 유사한 문장이 반복된다. 각 글은 그럴듯하지만, 전체로 보면 사유의 심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또 하나의 차이는 문장의 체력이다. 플랫폼 글은 대체로 짧은 문장과 빠른 리듬으로 구성된다. 스마트폰 화면에서 읽기 좋은 형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은 전혀 다른 조건을 요구한다. 긴 구조와 복잡한 논리를 견뎌야 한다. 게다가 같은 밀도의 문장을 꾸준히,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 출판사는 결국 한 가지 기준으로 작가를 판단한다. “이 사람이 300페이지 분량의 글을 끝까지, 일정한 품질로 써낼 수 있는가?”
여기에 플랫폼 특유의 생태계도 영향을 미친다. 브런치에서는 좋은 글만으로 영향력이 형성되는 경우가 드물다. 다른 작가의 글을 읽고, 라이킷을 누르고, 구독을 하고, 댓글을 남기면서 관계망이 만들어진다. 이런 상호부조적 구조는 플랫폼을 활성화하지만, 동시에 문장력과는 다른 종류의 영향력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플랫폼에서 높은 반응을 얻은 작가가 출판 시장에서는 전혀 다른 평가를 받는 일이 생기는 이유다.
결국 플랫폼에서의 인기와 별개로, 출판사 투고나 공모전에서는 예상보다 냉정한 결과를 마주하는 경우도 흔하다. 그럴 때 작가들이 하는 넋두리는 대체로 비슷하다. "내 글은 이렇게나 훌륭한데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다. 출판계는 신인 작가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그것은 운동장 기울기의 문제가 아니다. 플랫폼용 콘텐츠를 출판용 텍스트로 착각한 작가의 오판이다. 무료일 때의 박수 소리와 유료일 때의 가치는 엄연히 다른 차원의 영역이다.
나는 이 차이를 비교적 일찍 경험했다. 브런치를 시작할 때 나는 ‘사회 속의 과학 이야기’, ‘세계 연구소의 역사' 같은 글을 썼다. 라이킷은 민망할 정도로 적었고, 구독자 증가세는 처참했다. 플랫폼형 작가로서 나는 실패작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글들을 보고 출판사에서 연락을 해왔다. 그 결과 나는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나 투고를 거치지 않고 네 번의 출간 제안을 받았다. 그중 두 권이 출간되었고, 다음 두 권을 쓰고 있다.
돌이켜 보면 이 경험은 한 가지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플랫폼에서의 반응과 출판 시장의 기준은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다는 점이다. 출판사가 관심을 가진 것은 라이킷이나 구독자의 숫자가 아니었다. 그 글들이 가지고 있던 주제의 고유성과 문장의 안정성이었다.
플랫폼형 작가와 출판형 작가는 겹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서로 다른 규칙 속에서 움직인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어떤 규칙의 세계에서 글을 쓰고 있는지 이해하는 일이다. 플랫폼의 숫자는 글쓰기의 한 가지 지표일 수 있다. 다만 그것이 곧바로 책의 가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당신의 글은 누군가의 화면을 스쳐 지나가는 피드인가, 아니면 서가에서 시간을 견디는 문장인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작가로서의 다음 방향을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