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이 흉흉하다. AI가 소설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조만간 내 밥그릇까지 뺏으러 온단다. 번역가랑 회계사 형님들은 이미 비상대책위원회 꾸려야 할 판이라고 한다.
이쯤 되자 문득 궁금해졌다. 그러면 브런치 댓글은? 설마 이건 AI가 못하겠지?
이제 브런치 6년 차, 댓글에 목숨 거는 프로댓글러로서 하는 말인데, 브런치 댓글은 단순한 텍스트가 아니다. 작가님 기분 적절히 맞춰주면서 내 지적 수준 은근히 묻히고, 그러면서 너무 나대지 않는 그 절묘한 줄타기… 이게 기계 따위가 흉내 낼 영역인가? 내가 아무도 안 읽는 과학 글 쓰면서 조회수 바닥을 쳐도, 댓글 창에서만큼은 여포인 이유가 있다.
그래서 실험해 봤다. AI에게 내 브런치 글 몇 개 던져주고 “작가가 감동의 폭풍 눈물을 흘리게 댓글 달아줘”라고 시켜보았다.
결과는? 한번 보시라. 인류의 승리를 선언해도 좋다.
일단 읽으면 어딘가 이상하다. 뭔가 사람 말투 배운 로봇이 사람 코스프레하는 느낌이다. 분명 한국어인데 읽다 보면 어디선가 깡통 굴러가는 소리가 들린다.
가장 킹받는 포인트는 저 따옴표 인용이다. “이 문장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아니 왜 그걸 굳이 따옴표까지 찍어가며 박제하는지… 그러니까 "나 이 문장 읽었음. 잘했지?"라고 인증하는 건데, 영혼은 이미 퇴근했는데 껍데기만 휑한 느낌이다.
게다가 단어 선택은 또 왜 이리 엄근진한지. '따뜻한 시선', '작은 용기', '깊은 성찰'… 이 정도면 댓글이 아니라 EBS 교재 아닌가. 사람이 글을 쓰다 보면 적당히 비틀린 표현도 나오기 마련인데, 얘는 처음부터 끝까지 바른생활이다. 교장 선생님이 훈화 말씀 쓰셔도 이것보단 유연하겠다.
무엇보다 압권은 교훈에 대한 강박이다. AI 댓글에도 나름의 기승전결이 있는지, 마지막으로 가면서 늘 뜬금없는 깨달음이 튀어나온다. 그냥 일상의 에피소드일 뿐인데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라며 도덕책 결론을 내버린다. 댓글 하나 달면서 자아 성찰과 세계관 재점검까지 하는 오지랖을 보자니 할 말을 잃게 된다.
실험을 끝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적어도 브런치라는 인간적인 공간에서 AI가 사람 흉내 내려면 한참 멀었다. 이건 지능 문제가 아니라 그냥 눈치가 없는 거다. 누가 댓글을 이렇게 쓴단 말인가. 역시 댓글은 적당히 오타도 좀 나고, 본문 의도와 상관없이 의식의 흐름을 타는 엇박자도 끼어들고, 앞뒤 안 맞는 뻘소리도 섞여줘야 제맛이다.
이걸로 결론은 났다. 당분간 프로댓글러로서 나의 위상은 안전해 보인다. 그럼 나는 이제 AI는 절대로 못 쓸, 지극히 인간적이고 때로는 선을 넘을락 말락 하는 살아있는 댓글이나 달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