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청소기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육아에 힘든 아내를 위한 것 안가, 청소가 귀찮은 남편을 위한 것일까?

by 웅스님

"육아는 템빨?"


육아를 하다 보면, 유혹이 많습니다. 왜 그런 말 들어보셨죠? 육아는 템빨이라고, 육아템들을 수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러 엄마들 산모들의 후기글들이 많이 보이곤 하는데요. 신혼 때 로봇청소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저에게도 그런 순간이 문득 찾아온 적이 있습니다.


저희 집에도 로봇 청소기는 있습니다.

불빛은 나지 않지만, 두 발로 걸으며 나름 눈에 불을 켜고 하는 편입니다.


720도 회전, 헤드 스핀은 물론, 장애물은 피하지 않고 손으로 들었다 놨다 합니다.

몹시 예리하고 민감한 센서를 가진 반면, 물구나무를 서거나 특이한 자세로 메카닉이 해낼 수 없는 영역까지 꼼꼼하게 해낼 수 있다고... 외칩니다. 청소 중에 흘러나오는 리드미컬한 아저씨 같은 허밍음도 외로운 청소의 여운을 날려버릴 수 있게 해 줍니다.


특히, 커버를 뚫고 삼두가 튀어나 올 정도의 수제 마포질 모드는 미세먼지는 물론, 눅눅했던 마음까지 정화시켜 줍니다. 요즘, 배터리 전력이 딸려 잠시 시들시들해 보이는 구간이 있지만,


그래, 가끔 안마도 되고, 깜짝 요리도 되고, 일반 모드도 되고, 가성비면에서 이만한 게 또 있을까.


물론, 아내만큼 꼼꼼하지는 못하여 칭찬을 듣는 일은 드뭅니다. 어디까지나 이 로봇 청소기는 기준은 남성의 영역에 해당하기 때문인데요. 그래도 이만한 가성비에 가심비까지 있다면 꽤 든든하지 않나요?


청소만 되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밥도 하고 고기도 굽고, 손빨래, 바느질 별 걸 다 할 줄 압니다.



로봇청소기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한때 150만 원짜리 로봇청소기를 가전 필수품, 신혼필수, 효도 선물로 들여야 한다는 마케팅 아닌 마케팅에 곤욕을 치러야 했는데요. 로보락 할인 공구, 특가 난리도 아니었죠.


저만 그런 건가요?

진공청소기에 로봇청소기까지, 부부가 사는 작은 생활 영역에 청소를 하기 위해 200~500만 원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시기도 하셨을 것 같고, 아닌가?

구매하지 않자니, 아내의 집안일 고통을 이해해주지 않는다, 경제적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런 비굴함까지 강요당하는 블랙마케팅, 저는 그다지 달갑지는 않았습니다.


그 이후로,

'안 사줄 거면 안 살 거면 청소라도 잘 도와줘야지.' 이런 강박 아닌 죄책감에 혼자 열심히 시달리고는 있습니다. 로봇 청소기 시연을 안 보고 다닌 것은 아니지만, 정말 맘카페 바이럴 마케팅 글이 아닌, 사실적인 내용이 맞는지도 아내 몰래 많이 찾아봤습니다. 소비는 그래도 현명하게 하고 싶으니까요.


예민한 센서가 모든 장애물을 잘 피해 다닌다.

걸레를 자동으로 빨아준다.

턱이 진 빈 공간까지 잘 닦을 수 있다.

정해진 시간에 움직여서 매일매일 쾌적한 주거공간을 유지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청소로 인해 겪을 수 있는 많은 번거로움을 해결해 주는 것은 맞는 말 같습니다.


뭔가 대걸레 청소를 열심히 담당해 온 입장에서, 굴욕적인 반감이 드는 것도 맞습니다.


저 구석에 저걸 닦아낼 수 있다고? 먼지구댕이 속까지 다 닦을 수 있다고?

미세먼지 꽃가루까지 자동 감지할 수 있어? 베란다 창문이라도 좀 닫아주는 기능은 없어?

저 바닥에 찌든 때를 나보다 더 세게 밀어낼 수 있다고?

바닥의 더러움만이 우리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단정 짓기엔 너무 섣부르지 않나?


애초에 이 로봇청소기를 탄생시킨 건 누구일까요?

바로 가사를 전담하는 여성들을 방관한 남자들 때문이 아닐까요? 청소로 인해 힘들어하는 여성들의 수요가 얼마나 오랜 시간 늘어왔으면, 가격이 이 정도까지 뛰어버린 걸까요.


로보락이든 로봇 청소기든 남자로서 청소를 자주 돕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부끄러운 생각이 먼저 들어야 하는 게 맞는 게 아닐까요?


돈 써서 로봇 청소기를 들인다 한들, 이 불공평함에 대한 인식은 줄어들지도 의문입니다. 또 다른 신제품들을 탄생시키는 비극으로 남을 거고, 거기에 대한 금전적 부담감은 돌고 돌아 다시 불편함을 돕지 못한 남편들의 몫이 되는 건 아닐까요?


'잠시 보류'였던 상황에서 육아 중인 현재까지도 '몰래 보류' 중인 로보락.


이 로봇 청소기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청소하기 힘들어하는 아내를 위한 걸까?

청소하기 귀찮아하는 남편을 위한 걸까?

청소는 누가해야 정당한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청소는 일주일에 몇 번을 해야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로보락 너, 그거 음쓰랑 분리수거 이런 거는 할 줄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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