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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구름 Nov 05. 2020

동기부여 (1): 성취와 예방

초5 딸과 초3 아들이 있다. 코로나로 인해 초등학교 온라인 수업이 늘면서 학교에서 금방 할 일들도 숙제처럼 집에서 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숙제가 밀리는 경우도 있어서 중간중간 아내가 (혹은 내가) 숙제를 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 하는 격려를 한다. 가끔 아이들이 그것을 격려가 아닌 잔소리로 들을 때가 문제이긴 하다.


아이들이 이제 말귀도 잘 알아들을 수 있어서 얼마 전에는 '동기부여'에 관련된 논문을 이야기해주었다.

"애들아~! 동기부여에 관련되서는 두 가지 타입의 사람이 있단다!" 이렇게 시작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아들은 거실에서 혼자 노느라 듣는 둥 마는 둥이다. 딸은 "뭔 말이여~"하는 눈치로 내 이야기를 듣는다.


내가 이야기해 준 것은 개인 성향에 따라 동기부여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를 보통 "성취"초점과 "예방"초점의 차이라고 한다.


성취 초점은 이기기 위해 (play to win) 일하는 사람이고,
예방 초점은 지지 않기 위해 (play not to lose) 일을 하는 사람이다.


축구에서 패널트킥 5번 중에서 3번의 성공이 목표라면 성취 초점인 사람들은 3번을 성공시키기 위해, 예방 초점은 2번 이상 실패하지 않기 위해 패널트킥을 차는 사람이다.


자신이 어떤 유형인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목표를 달성(혹은 실패)했을 때에 따라오는 감정을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성취 초점의 사람은 목표를 달성했을 때 행복감(happiness)을 느끼고, 실패했을 때에는 이에 대한 실망(dispointment)을 한다. 반대로 예방 초점의 사람은 목표를 달성했을 때에 안도(relaxation)를 느끼고 실패했을 때에 불안감(nervousness)을 느낀다. 성취 초점의 사람들은 이상향을 향하고자 하는 동기가 있고, 예방 초점의 사람들은 의무감을 완수하고자 하는 동기가 강하다.


한 실험에서는 성취 초점과 예방 초점 사람들의 동기부여 방식과 성과를 알기 위해 다음과 같은 퍼즐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에게 E, A, C, H, P와 같은 무작위 순서의 알파벳을 보여준다. 그러면 실험 참가자들은 주어진 알파벳으로 PEACH, CHEAP와 같은 단어를 만들어야 한다. 가능한 많은 단어를 찾아내는 것이 목표이다.


우선, 연구자는 한 그룹의 실험 참가자들에게 실험 참가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4를 준다고 말했다. 그리고 만약 앞으로 진행될 퍼즐 실험에서 90% 이상의 단어를 찾아낸다면 $1를 추가로 준다고 하였다. 반대로 다른 그룹의 실험 참가자들에게는 감사의 표시로 $5를 준다고 말했다. 대신 퍼즐 실험에서 10% 이상의 단어를 놓친다면 $1를 차감한다고 말하였다. 자세히 보면 모두 같은 목표와 같은 인센티브로 보이지만, 그 목표에 달성하는 방법은 이기기 위한(play to win) 것과 지지 않기 위한(paly not to lose) 것으로 구성되어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실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성취 초점을 가지고 있었던 실험 참가자는 $1를 추가로 준다는 조건에서 더 높은 성과를 보였고, 예방 초점을 가지고 있던 실험 참가자는 $1를 차감한다는 조건에서 더 높은 성과를 보였다.


여기까지 설명을 마치자 듣고 있던 딸은 "나는 예방 초점이네"라고 하였고, 거실에서 듣고 있지 않고 있을 것 같았던 아들은 "나는 성취 초점이네"라고 하였다. 그래... 내가 적어도 벽에다가 대고 이야기한 것은 아녔구나!


이를 적용하면 아이들이 숙제를 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언어가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아들은 "숙제 다 끝내고 편의점 갈까?"라는 말에 1시간 동안 초집중하여 숙제를 끝냈다. 딸에게는 편의점 가자고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대신 "선생님이 하라는 숙제를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라고 이야기해야 숙제를 해야 하는 이유가 생겨난다.


직장에서도 성취 초점의 직원들이 있고, 예방 초점의 직원들이 있다. 이들은 스스로를 동기부여하는 방식도 다르고 그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는 방법도 다르다. 예를 들면, 예방 초점의 직원들은 짧은 데드라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효과적으로 알려진 방법들을 중심으로 일을 처리해 나가려고 할 것이다. 또한 항상 최악의 상황을 염두하고 시나리오를 만들기도 한다. 반대로 성취 초점의 직원들은 최상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일을 하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는 것을 즐거워할 것이다. 한 연구에서는 성취 초점 직원들이 성과에 따른 보상의 차이를 많이 두는 것을 더 공정하다고 느낀다고 보고한다.


이러한 동기부여에 대한 개개인간의 차이를 이해하면 서로 업무를 하는데 좀 더 수월하지 않을까? 당신은 어떤 유형의 사람인가? 당신의 동료는? 팀원은? 팀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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