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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구름 Sep 01. 2020

도덕적 당신이 때론 비도덕적 행동을 하는 이유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자신의 도덕성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다음 질문에 답을 해보자. “당신은 착한 사람인가?” “당신은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높은 도덕성을 유지하며 살고 있는가?” 만약 당신이 “예!”라고 대답한다면, 이 글을 꼭 읽어보기 바란다. 당신은 자신도 모르게 비도덕적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도덕적 허가(moral licensing) 이론은 도덕적인 사람이 때로 비도덕적 행동을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이는 두 가지 요인으로 인해 비롯된다. 첫째, 자신에 대한 도덕성 평가이다(moral self-regard). 우리는 자신의 도덕성을 무의식적으로 인식하고 평가한다. 예를 들어, 오늘 자선단체에 기부했다면, 회사 복도에 떨어진 쓰레기를 주워 깨끗이 청소했다면, 동료를 위해 급한 업무를 대신 처리해 주었다면, 순간 우리는 스스로를 매우 도덕적인 사람이라고 느낄 것이다. 이렇듯, 사람들은 자신의 도덕성을 인지하고 평가한다. 


둘째, 도덕적 평형 (moral equilibrium)이다. 모든 사람들은 살면서 자신의 내면에 이정표로 여기는 도덕적 기준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러한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한다. 도덕성 평가는 자신의 도덕적 행동과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도덕적 기준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사람들은 자신의 도덕성 수준을 도덕적 기준에 부합하도록 조절하는데, 이것을 도덕적 평형이라 한다. 


현재 자신의 도덕적인 행동이 자신의 기준을 뛰어넘는 경우, 즉, 자신의 도덕적 기준보다 높은 도덕적 행위를 한 사람은 비도덕적 행동을 해도 괜찮을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허락한다. 이를 ‘도덕적 허가’라고 한다. 


도덕적인 행동이 비도덕적 행동을 유발한다는 '도덕적 허가’는 다양한 연구에서 드러났다. 한 연구에서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도덕적 딜레마 문제를 제시했다. 예를 들어, 고급 식당에서 식사하던 중 음식물 속에 무언가 단단한 것을 씹었다. 확인해 보니 단추였다. 당신은 매우 화가 나서 식당 매니저에게 불평을 하고 식사 값을 변제받는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그것은 자신의 옷에서 떨어진 단추였다.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식당에 다시 가서 사과한다’ 혹은 ‘조용히 묻어둔다’?  이러한 도덕적 딜레마 문제에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자신에 대한 도덕성 평가는 달라진다. 


이러한 도덕적 딜레마 문제를 접한 실험 참가자들은 2주 뒤에 비슷한 도덕적 딜레마 문제를 또다시 선택하도록 안내받았다. 일반적으로 과거 도덕적 행동을 했다면 다음에도 도덕적 행동을 할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험 결과는 그 반대로 나왔다. 도덕적 선택을 한 참가자는 2주 뒤 비도덕적 선택을 하려는 경향이 높게 나타났다. ‘도덕적 허가’를 통해 과거 도덕적 행동이 현재의 비도덕적 행동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된 것이다. 


나는 도덕적 허가 이론을 접한 이후 한동안 상당한 두려움에 휩싸였다. 개인적으로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더 도덕적인 사람이라고 자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우리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이론에 의하면, 일반 기준보다 더 높은 도덕성이 있다는 자부심이 때때로 비도덕적 행동을 일으키도록 허가를 해준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잘 해왔는데, 이번 한번쯤은 괜찮지 않겠어? 나 정도면 괜찮아! 이러한 생각에 도덕적 가책도 없이 실수를 저지를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도덕적 허가’는 개인적 차원을 넘어서기도 한다. ‘도덕적 허가’는 스스로를 기만할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자신의 ‘도덕적 허가’를 정당화하고 강요한다. 한 연구에서는 윤리적인 행동을 한 리더는 곧바로 부하들을 비인격적으로 대한다고 보고한다. 또한, 부하직원들은 도덕적이라고 생각되는 상사들의 비도덕적 행동을 용인하기도 한다. 


당신은 도덕적인 사람인가? 아마 ‘그렇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도덕적으로 완벽한 사람이라는 뜻은 아닐 것이다. 때로는 우리도 모르게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그럴수록 ‘도덕적 허가’라는 단어를 명심하도록 하자. 당신이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는 리더라면 더욱 명심하자. 이 단어를 아는 것만으로도 실수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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