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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구름 Feb 26. 2021

싱어게인. 당신의 패배

재미있게 보았던 '싱어게인'이 종영이 되었다. 그래도 아직 집에서는 아이들로부터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 '따라라라라~ 휘파람' '치리치리 뱅~뱅~'이 매일같이 귀청이 찢어질 정도로 들려온다. 유튜브를 열었더니 '김현정의 뉴스쇼'에도 출연했더라. 별이 빛나는 밤에, 아는 형님 등. 여기저기 모든 곳에서 Top3 이승윤, 정홍일, 이무진이 나오더라.


뉴스를 검색해보면 자극 없는 편집과 경연 방식을 싱어게인의 성공 요인을 뽑고있다. 나는 3라운드에서 30호 가수 이승윤의 멘트 "당신들(심사위원들)을 패배자로 만들겠다"라는 한마디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싱어게인의 정체성과 방향을 표현해준 한마디라 생각한다.


3라운드는 일대일 경쟁 방식의 경연이다. 둘이 경쟁하여 한 명만이 다음 라운드로 진출한다. 주도권은 심사위원들에게 있다. 누군가는 반드시 패배한다. 그런데 30호 가수는 "누가 이기든 지든 패배자를 심사위원분들로 만들자"라고 한다. 주도권이 두 경연자에게로 넘어오는 순간이다. 정말 그랬다.


흔히들 동기를 부여하고 탁월함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경쟁하여 승리하는 모델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탁월함을 이끌어내는 것은 경쟁만이 아니다. 탁월함을 이끌어내는 방법에 대하여 미국의 한 철학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경쟁’을 통해 탁월함을 성취하고자 하는 동기이다. 나의 경쟁상대와 끊임없이 비교하고, 보다 나아지려는 욕망은 탁월함을 추구하는 강력한 원동력이 된다. 아마도 현대사회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동기부여 요인이라 생각된다. 제로섬(zero-sum) 게임이 되기 쉽다

둘째, ‘자기 비교’를 통해 탁월함을 성취하고자 하는 동기이다. 이는 현재의 ‘나’와 과거의 ‘나’를 비교함으로써 자신이 가진 비전과 목표를 향해 어제보다 한걸음 더 내딛고자 하는 동기이다. 현재 자신의 수준을 파악해야 하고, 미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자기 비교’를 통한 탁월성 추구는 올바른 목표 설정과 강력한 사명이 바탕되어야 한다. 종종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불린다.

마지막으로 ‘협력’을 통해 탁월함을 성취하려는 동기이다. 개별적 특성이 조화를 이루어 개인이 이룰 수 없는 목표를 성취할 수 있다는 믿음에 기초해 있다. ‘협력’을 통한 탁월성은, 서로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개인의 약점을 보완해 주고, 개인의 잠재성이 자신의 한계로 인해 제한을 받지 않는 상태이다.

(탁월함을 이루기 위한 세 가지 동기. 2019년 3월 27일 울산매일 칼럼에 작성한 글을 발췌함)


싱어게인의 3라운드 경연 방식은 '경쟁'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으나 참가자들의 탁월함을 이끌어 냈던 것은 '자기 비교'와 '협력'이었다. 이러한 부조화가 싱어게인의 묘한 매력이다.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선 심사위원들의 날카로운 평가와 그들의 생각이 궁금했었다. 개인적으론 K팝스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박진영, 양현석, 유희열의 심사평을 듣는 것이 좋았다. 그들은 평가자였고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싱어게인에서는 심사위원의 심사평보다는 오롯이 경연자들의 무대가 하이라이트였다. 진행자였던 이승기 씨가 경연자들의 무대와 그 뒤에 숨어있는 삶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진행했던 점도 중요한 포인트였다. (사실 나는 프로그램 초기 심사평에 적응하지 못하여 "심사평이 왜 저래?"라고 불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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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생각을 기업의 성과 평가 방식과 비교해서 생각해보자. 실제로 직장인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회사 생활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훌륭한 동료들과 함께 불가능할 것 같았던 목표를 성취했던 것>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협력'이라는 것이 없다면 기업이 왜 존재하겠는가?


그럼에도 기업에서는 '경쟁'이라는 것이 직원의 탁월함을 이끌어내는 핵심 동기 요인이라고 믿는다. 핵심은 아니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라면, '경쟁은 아니지...'라고 마음속으로 말하겠지. 하지만, 그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는 하다.


이때 한 직원이 "누가 이기든 지든 당신들을 패배자로 만들 거야!"라고 떠들어도 주도권이 회사에서 직원에게로 넘어갈 것 같지는 않다. 웃프다.


조직을 운영하고 관리하기는 방식으로 '경쟁'은 결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 경쟁 속에서 '협력'이라는 것이 주도권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경영'이 아닐까. 이를 위해선 우선 기업의 경영자가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와 경영 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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