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빨간구름 Sep 07. 2020

평생직장 모델 (2)

'배우고' '성취하고' '보살핌을 받는' 평생직장 모델은 이제 사라졌다. 책을 쓰기 위해 여러 가지 자료를 조사하고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50대 직장인들의 삶은 어떤지 물어보았다. 그들의 대답은 매우 간단했다. '50대 직장인은 없어요. 공무원이라면 모를까. 50대 직장인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것은 시간 낭비랍니다.' 은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너무 생소한 단어로 변해버렸다.


아마도 이는 기업의 위기와 극심한 경쟁, 그로 인한 불확실한 기업 성과 때문이기도 하다. 평생직장이라는 단어가 사라진 것은 1990년대 외환위기 때부터라고 한다. 외환위기 때에는 대부분 기업의 실적이 악화되었다. 개인의 차원이라기보다는 구조적 차원의 위기였다. 생산성 K그래프가 아래로 평행이동한 것이다. 기업이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한 일차적 방법은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생산성이 낮아지면서 t2는 앞으로 당겨졌고, b는 작아지고 c는 커진다. 회사에서는 더 이상 c그룹의 직원들을 돌볼 여력이 사라진다. 


그들은 이제 정리해고 대상이 된다. 그들이 헌신했던 b구간의 기여는 생각할 겨를이 없다. c그룹에 속한 집단들이 대거 거리로 내몰렸다.


c집단을 회사 밖으로 내보내니 b에 속한 집단은 혼란을 겪게 된다.  a + c ≅ b의 방정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언젠가 쓸모없는 인간이 되면 내쫓기는 냉정한 현실과 마주한다. 회사에 대한 충성심은 쓸모없는 것이 되었다.


이때 새로운 메세지가 던져진다. 회사를 위해 일하기보다 자신을 위해 일하라. 배우고/성취하고/보살핌을 기대하기보다는, 최대한 성취하고 더 좋은 곳으로 떠나라고 조언한다. 매력적인 충고이지만 우리는 더 불행해진 듯 보인다. 최대한 성취하고 좋은 곳으로 떠날 수 있는 사람들은 극히 일부이다. 10% 미만의 A급 인재들이다.


자신의 경력을 위해 일하라는 메세지는 a에 속한 직원들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준다. b그룹의 선배들이 처한 현실을 관찰한다. 자신도 언젠가는 그들처럼 회사를 떠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그들은 회사에 필요한 지식을 배우려 하지 않는다. 회사의 가치보다는 나의 가치를 올리려고 한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언제든 이직을 한다.


회사는 이직을 하는 직원들을 비난한다. 직원들을 교육하고 오랜 시간 투자를 해도 언제든 떠난다. 신입사원에게 필요한 교육과 투자를 꺼린다. 그들에 대한 투자는 장기적인 관계에 기반한다. 성과를 내야 할 시기에 떠난다면 기업에게는 여간 손해가 아니다. 신입사원에게 투자하고 기다리기보다 바로 성과를 낼 수 있는 경력자를 선호한다. a구간이 필요 없어진다. 대학을 졸업하는 신입 직원에게도 경력을 요구한다. 


직장인들은 회사를 비난한다. 회사를 위해 충성과 많은 기여를 해도 나중에는 버림을 받는다고. 그래서 좋은 기회를 찾아 언제든 회사를 떠난다고 한다. 


이제 기업과 직원의 생산성(K)과 급여(W)의 관계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어떤 관계에 기반한 조직운영이 기업의 경쟁력을 가져다줄까?


작가의 이전글 평생직장 모델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